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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수가 오른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 고민
[ 2010년 05월 09일 22시 00분 ]
최근 수술 건수가 50%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외곽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기자는 흉부외과 주임교수를 만나 덕담부터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요즘 수술건수가 많이 느셨다고요." 하지만 돌아온 답(答)은 왠지 2% 부족한 듯 느껴졌다. "아, 그렇죠. 그렇긴 한데…."

고무적인 성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홍보자료와 달리 교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수술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교수는 조심스런 태도로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운을 뗀 후 수술건수가 늘면서 덩달아 생긴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고민인 즉, 수술건수가 늘수록 그만큼 삭감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는 "열심히 수술해서 환자를 살려놓으면 민원 넣어서 삭감되는 게 현실"이라며 "흉부외과 수가 인상 이후 삭감이 잦아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삭감하는 기준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수가 올려놓고 나서 전에는 안 건드리던 약, 기기 등에서 삭감이 되더라고요. 비보험 처리 하니까 환자들은 민원처리하고…. 이래저래 의사만 죽어납니다."

흉부외과 교수가 체감하는 수가 인상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교수의 인센티브가 깎이는 만큼 이래저래 달갑지 않은 선심 정책인 셈이다.

흉부외과는 소위 빅4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라는 점에서 이 교수의 고민은 깊어진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나면 수술은 '큰 병원'에서 해야 한다며 이탈하는 환자들을 잡기 위해 갖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앞서 언급한 '큰 병원'에서는 내과 검사를 마친 후 환자를 일단 퇴원시키고 전담 코디네이터가 수술날짜를 통보해주는 시스템이 가능하지만, 이 병원은 이탈하는 환자를 잡기 위해 바로바로 수술을 해주고 있다.

여유가 없어도, 체계적인 수술계획을 세울 수 없어도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행하는 눈물겨운 생존 전략이다.

전공의가 없어 주임교수가 당직을 서고, 대형병원과의 경쟁 틈바구니 속에 수술건수가 늘어도 삭감으로 인센티브가 깎이는 흉부외과 교수의 일상. 다음 수술일정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만 나왔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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