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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아닌 스텐트로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 2010년 05월 28일 03시 04분 ]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8년째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강모 할아버지(남, 79세)는 2008년부터는 거동이 더 힘들어지고 숨이 차는 증세가 심해져 심장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노인들의 대표적 중증 심장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이 나가는 가장 큰 혈관의 대문이 쪼그러들어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판막 협착증이 생긴 것이다.

이 병이 강 할아버지에게 특히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술밖에 없는데 강 할아버지의 경우 지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전신 마취 상태에서 가슴을 여는 큰 수술이 강 할아버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자신도 수술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 약물치료로 연명하던 강 할아버지에게 제 2의 인생을 선물하는 희소식이 2010년 찾아왔다. 수술을 받지 않고도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그동안 앓았던 지긋지긋한 호흡곤란, 갑작스런 실신, 예측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병원장과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팀은 지난 4월 27일 강 할아버지를 비롯해 수술받을 수 없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3명을 국내 최초로 그물망(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박 교수팀이 시술한 방법은 가슴을 절개하고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기존의 대수술과는 달리 대퇴부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풍선을 위치시켜 부풀린 후 그물망을 대동맥판막에 적절하게 고정시키는 방식이다.[사진]


시술 시간은 약 1시간 가량 소요돼 장시간이 걸리는 수술에 비해 환자의 체력 소모가 덜했고 입원 기간도 3일 가량으로 짧은 편이었다.

병원에 따르면 가슴을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나 운동장애 등의 부작용도 전혀 없었다. 시술 후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 결과, 대동맥판막 협착은 완전히 좋아지고 증상도 상당히 호전됐다.

박 교수팀이 시술한 4명의 환자 중 3명의 환자는 전혀 합병증 발생 없이 성공적으로 시술을 마쳤고, 나머지 1명은 그물망이 확장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치료 현장에서 즉시 수술로 전환해 치료했다. 현재 모든 환자들이 양호한 임상경과를 보이고 있다. 이 시술은 모두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시행한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테 이번 스텐트 시술의 성공으로 고령의 환자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의 최근 결과를 보면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으니 가히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스텐트를 이용해 대동맥판막을 치환하는 방법은 2002년 처음 환자에게 시술됐고, 2010년 4월 현재 약 1만5000예가 전 세계적으로 시술됐다. 또한 유럽 32개 병원에서 대규모 다기관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 결과, 시술받은 환자는 평균 80세 이상이었고, 1000례 이상의 시술에서 성공률은 95% 정도로 높았다. 이 시술을 받은 환자들 대다수가 기존 수술이 어려운 매우 위험한 환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이적인 성적이다.

이번 시술 성공으로 향후 개흉수술에 대해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 환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등 관련 분야에서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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