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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한의사가 부리고 돈은 의사와 약사가…
[ 2010년 06월 03일 03시 20분 ]
효과가 좋지만 먹기 불편한 탕약이 외면되고 있어 국민들 구미에 맞는 한약 제형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한의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약제제를 먹기 좋게 제형변화를 해 상품화시키면 의사, 약사도 처방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남 좋은 일’ 시키는 셈이 될 수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규모에서 밀리는 한의사들이 같은 한약제를 처방하더라도 의사, 약사의 접근성이 높아 한의사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서울의 비만치료 전문한의원 L 원장은 “시립, 캡슐 등 한약제를 먹기 좋게 제형변화를 하면 한의사들도 처방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의사와 약사도 처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의사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그는 “제약회사에 의사, 약사들이 한의사에게 보급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의사들은 노하우를 갖고 제형화했지만 혜택은 거의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잇몸이 붓고 피가 나서 ‘인사돌’, ‘이가탄’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을 찾은 L 원장에게 약사는 “한약제로 된 약이 있다”며 ‘청위산’을 권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제가 한의사인줄 모르고 ‘청위산’을 권했는데, 이 한약제는 한약 중 대표적인 잇몸약으로 먹기 편하게 캡슐로 돼 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청위산’은 무조건 잇몸병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위장열이 위로 올라와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몸이 차가우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측하는 한의계는 한약제의 제형 변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한의사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외면당하는 탕약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제형 개발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한의계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보험약의 질적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건보공단에서 책정한 수가가 낮게 정해져 있다 보니 제약회사는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보험약을 만들어 한의원에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L 원장은 “한의원은 ‘하루 분에 2000원’으로 보험약을 제약회사에서 살 수 있도록 수가가 책정, 단가가 묶여 있다”며 “제대로 약을 만들려면 4000원 정도는 돼야 하는 데 당연히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부도 보험약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국민들 의료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제형 변화된 것은 한의사만 처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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