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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병원 구조조정과 노사 갈등
[ 2010년 06월 03일 22시 45분 ]
몇 해 전 직원들의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서울 모 대학병원.

이 병원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데에는 열악한 인프라로 인한 경쟁력 하락 등 여러 원인이 제시됐지만 정작 결정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설이 병원계에서 나돌았다.

관련 인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이유는 이른바 '강성 노조'의 영향력이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다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호봉이 쌓여 식당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니의 월급이 500만원을 상회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직원들이 받는 월급이 끝을 모르고 치솟아 올라요. 병원 수입이 올라가는 급여를 언제까지 따라가 줄 수가 없는 건데…."

기자를 만난 병원 고위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의사는 오랜 경력이 쌓일수록 환자를 보는 연륜이 높아진다지만, 밥이나 반찬을 덜어주는 분이 어디 그렇냐"며 개원 시부터 '효율적인' 인력풀 시스템을 도입한 이웃 병원을 예로 들어 노골적인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공공적 성격을 특성으로 하는 병원직. 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철밥통'을 사수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호봉제를 사수하는 병원이 필연적으로 봉착하게 되는 인건비 문제로 말미암아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노사 갈등이 아닐까 한다.

최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환자식당 하청 노동자 대량 해고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식당 외주업체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공개입찰을 통해 새로 계약한 다단계 외주업체의 고용 방침에 노동자들이 반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하청에 다시 '하청'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환자식당 노동자들은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고, 병원은 이들의 요구대로 환자식당을 직영으로 되돌리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 양측의 주장. 들어보면 각자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 양측 모두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점점 외지로 내몰리는 노동자들과 나날이 늘어만 가는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는 병원의 사정은 어찌 보면 묘하게 닮은 구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외주화 추세는 거부하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평생을 진보 연구에 몰두한 한 학자는 신자유주의·양극화 문제를 두고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씁쓸히 인정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뾰족한 수는 생각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노동자들의 해고 사태를 즐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서로 머리를 맞대어 조금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는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대학병원에 이어 동산의료원의 노사관계 해법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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