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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턱없이 높은 조제료 합당한가"
[ 2010년 06월 06일 21시 32분 ]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고 약사에게서 약을 받는 의약분업 시행 10년. 환자 관점에서 본 의약분업 제도의 문제점은 없을까.

의료소비자로서의 환자 권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정책으로 인해 제한받는 조제자 선택권과 이에 따르는 실익을 법리적 관점에서 조명한 분석이 제시돼 주목된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박형욱 교수는 5일 경희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린 한국의료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의료소비자로서 환자의 선택'을 주제로 현행 의약분업 제도에 대해 고찰했다.[사진]

예방의학을 전공한 의사이자 변호사인 박 교수는 "한국에서 의사에게 지불된 조제료는 건당 100~500원에 불과했으나 의약분업 후 약사에게 지불된 건당 조제료는 2007년 5468원, 2008년 5594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사의 조제서비스 가치가 의사의 조제서비스 가치에 비해 1000~5000%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국민은 자신이 부담하는 대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약분업 정책을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제도 시행 전 조제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제대로 알리지 못함으로써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한 "환자가 의료기관의 약사로부터 조제 받지 못하게 하는 현 규정은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태도를 비판했다.

관련 판례에 따르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고용 약사를 통한 원외처방전 조제를 금지한 약사법 규정은 입법 목적의 달성을 통해 얻게 되는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공익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조제자 직업행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미국의 연방통상위원회(FTC)에서는 "자격을 갖춘 제공자 중에서 선택해 조제 받을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의사 조제 금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없으며, 의사의 조제를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양자 사이의 경쟁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향상시킬 것이란 관측에서다.

박형욱 교수는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기관분업 형태의 의약분업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혹은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면서 "그럼에도 헌재가 기관분업 형태를 규정한 약사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을 넘어 아예 환자들의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각하한 것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병원 내 약사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의 제한은 다른 한 측면에서는 환자의 조제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제조업자, 판매업자에 대한 영업 자유의 제한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의 제한이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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