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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나 환자 가족을 잠재적 중범죄자로 만든다"
[ 2010년 06월 08일 02시 42분 ]
의료인 단순 폭행·협박을 중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응보적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례상 폭행죄는 멱살을 잡거나 때리는 시늉만 해도 인정돼온 것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나 환자 가족들을 잠재적 중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 각계 단체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과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단순 폭행, 협박이나 이를 교사, 방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제12조 2항 및 제87조 1항)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진료가 이뤄지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 협박을 예방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도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폭행, 협박을 예방하는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환자나 환자가족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려는 응보(應報)적 효과일색"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전 의원과 임 의원은 법 개정 제안이유에서 ‘최근 환자가 우발적으로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빈번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안 된다"면서도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면서까지 의료인 폭행, 협박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벌규정을 구태여 신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사람에 대한 단순 폭행, 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 협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단체 측은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홧김에 의사의 멱살을 한번 잡았다고 경찰이 와서 바로 체포하고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면 이게 과연 합리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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