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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혈거부 만취자 사망…8년소송 의료진 패(敗)
[ 2010년 06월 13일 21시 40분 ]
만취 상태로 응급실에 내원한 외상환자가 채혈을 거부, 처치 지연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 측 상고를 기각하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시작된지 8년 만에 어렵사리 얻어진 판결이다.

대법원은 최근 "환자의 외상 정도와 의식상태, 동행자 유무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의료진은 고인에게 요구되는 초기 검사와 처치를 소홀히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며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앞서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깨고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고인 및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조치에 수긍한 것이다.

재판부는 "고인은 코피를 흘린 흔적이 있어 외상을 입은 상태였고, 의식이 분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행자도 없어 환자 상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의료진으로서는 겉으로 드러난 상태만을 확인하는데 그쳐서는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취 상태로 문진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손상에 대비해 보다 광범위한 관찰 및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 자체가 악결과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과실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고인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혈액검사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의식 상태에 비춰 이 같은 거부의사가 정상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인에게 수액을 주사한 즈음에는 검사를 위한 혈액 채취 및 관련 시술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 이를 게을리 한 채 간파열로 인한 복강 내 출혈 상태가 있었던 환자를 만연히 급성 알코올중독상태라고 판단하고는 더 이상의 검사와 처치를 소홀히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단, 만취 상태의 환자가 복부 통증 등을 호소하지 않았으며 의료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치료에 협조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의료진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환자에 대한 복부촉진과 혈액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은 것 자체가 과실로 평가되기는 하나, 활력 징후 및 혈색소 수치 변화에 비춰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해당 검사를 했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한다"며 고인의 일실수입, 치료비, 장례비, 위자료 합산 금액의 40%를 유족 측에 지급할 것을 명시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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