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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실험이 특명이 됐다
[ 2010년 07월 07일 21시 55분 ]
#점심을 막 끝낸 뒤 시작한 오후 첫 번째 외래진료. 환자가 왔음을 알리는 노크소리가 들리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십 수 년을 해왔던 일이지만, 오늘은 의사가 되고 난 뒤 처음으로 단독 진료했을 때 마냥 긴장된다. 진료실 한편에 놓인 카메라가 아무래도 거슬리는 걸까.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환자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선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진정이 되지 않는다. 결국 급한 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색한 미소와 함께 건강을 묻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 하루, 잘 해낼 수 있을까...

고객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환자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독특한 진료실 풍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교수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진료상담역량강화과정’이 벌써 4기째로 접어들면서 교수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진료실 안에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권위를 인정받는 교수들이, 자칫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타성에 젖어 진료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끔 말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졌던 초심이 다시 타오르는 것은 덤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경영혁신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정숙향 교수(소화기내과)[사진]는 “시작 자체가 모험과도 같았던 진료상담역량강화과정이 벌서 4기째를 맞이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분당서울대병원만의 특별한 CS향상활동을 소개했다.

진료상담역량강화과정은 앞서 보인 진료실 풍경 그대로 철저히 교수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교육과정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면 우선 미리 설치된 카메라의 촬영이 시작된다.

이후 진료가 끝나면 환자는 진료 만족도를 미리 정해진 문항에 따라 체크하고, 교수 역시 자신이 생각한 자신의 진료 만족도를 적는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육업체가 촬영 영상을 바탕으로 진료과정에서 교수들이 보인 시선처리, 손짓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빼놓지 않고 평가한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10여 차례, 정량화된 수치로 교수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능력이 도출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교수들 설득 진땀

시작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이전의 CS활동이 환자를 최일선에서 맞이하는 고객접점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 교수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어서 참고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정 교수는 “당장 교수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내는 툴이 필요했다. 이를 맡을 업체들을 몇 차례에 걸쳐 모집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더라”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 때문에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작정한 정 교수는 CS 담당 교직원들과 함께 발 벗고 뛰어들었다.

그러기를 여러 달,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는 정 교수의 표현 그대로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프로그램의 초안을 짠 뒤,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의 컨설팅을 받고나서 완성시켰다.

첫 단추를 꿰는 데는 성공했지만 진짜 난관이 남았다. 새내기 의사에게나 가르쳐야 할 것 같은 ‘환자 보는 요령’을, 10년 이상 환자를 진료하면서 나름 ‘도가 텄다’고 자부하는 교수들에게 가르치자니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정 교수는 “의도에 대해선 다들 공감해주시긴 했지만 선뜻 나서겠다는 분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그렇다고 병원 차원에서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우선 우리부터 해본 뒤 설득해 나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정진엽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집행부와 CS 분야를 맡은 교수 몇몇이 뜻하지 않은 ‘희생양’이 됐다고.

"프로그램 완성되면 보급 나서겠다"

이후 교수들의 반응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오히려 먼저 나서 교육을 받겠다는 자원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개설 3회째가 끝날 즈음엔 벌써 전체 교수의 3분의 2가 과정을 마쳤다.

교육 과정 자체가 교수의 동의 없이는 진행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평가가 낮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본인 이외에는 병원장조차도 사사로이 열람할 수조차 없도록 한 덕이다. 연구를 맡은 정 교수 역시 익명으로 처리된 교수들의 평가결과만 받아볼 뿐이란다.

정 교수는 “처음에는 단순한 교육 너머의 목적이 있는지 않겠냐는 오해가 있어 힘들었지만, 결국 진정성은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지금은 오히려 예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하는 교수들이 재교육을 받겠다고 나설 정도”라고 웃어 보인다.

이어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내일을 약속했다. 정숙향 교수는 “이번 교육을 통해 교수들이 얼마만큼 변화했는지를 측정하는 연구도 필요하다”며 “보다 객관적인 툴로 자리잡게 되면 다른 병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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