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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Ph.D. 도입 2년째 여전히 '불투명'
[ 2010년 07월 08일 05시 03분 ]
[초점]
정부가 기초의과학자 육성사업 일환으로 MD-Ph.D. 프로그램을 교과 과정의 하나로 편입시켜 운영해 온지 2년이 지났다. 임상현장에서 우리나라 의사들 수준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해 온 반면, 의학발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초의과학 발전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던 탓에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반성적 성찰에서 나온 해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기초의과학의 미래에, M.D.-Ph.D.제도에 대한 고민은 뒤따른다. M.D.(Medical Doctor/Doctor of Medicine)란 의사로서의 자격을 나타냄과 동시에 전문학위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일반 학문에서의 최종 학위인 박사(Ph.D.)의 개념이 혼합되면서 M.D.-Ph.D.가 완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M.D.-Ph.D.라고 하면 흔히 의학박사라는 의미로 잘못 사용되기 일쑤였다. M.D. 그 자체로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훌륭한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수로 활동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독일 방식을 차용한 일본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교수 직함에 반드시 의학박사란 명함이 필수였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해석을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종의 오류인 셈이다.
임상의사들은 진료와 교육에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하므로 새로운 술기와 약물의 유효성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보다 근본적인 연구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의학박사 과정에서는 기초 연구만을 인정하려는 경향도 있어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M.D.들의 Ph.D. 학위를 ‘날림’이라며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M.D.-Ph.D.의 현주소인 셈이다.
이에 정부는 정체돼 있는 기초의과학을 살리고 우리나라 의학의 미래에 희망을 안겨다 주기 위해 지난 2008년 M.D.-Ph.D. 제도를 명문화시켜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교과 과정을 받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기초의학 부흥 목표로 2008년 M.D.-Ph.D. 도입
M.D.-Ph.D. 육성 프로그램의 원조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의과학자육성과정(MSTP, 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을 중심으로 발전, 의료분야는 물론 관련 산업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기반이 됐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미국의 제도를 본 따 2년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의과학육성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M.D.-Ph.D. 프로그램이 본격화됐다.
서울대 의대 김주한 교수가 최근 열린 기초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으로 2009년도 M.D.-Ph.D. 과정에 진입한 학생은 모두 54명으로, 5월 현재 각 대학들은 새로운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교과과정은 크게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학술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와 의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석·박사 통합과정의 형식, 두 가지로 운영된다. 전자는 현재 의사들이 Ph.D. 과정을 밟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의전원생을 대상을 한 프로그램은 주로 2년간 기초의과학과정을 거친 뒤 3년간의 Ph.D.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어 다시 2년간의 임상의학과정을 거치는 등 총 7년 과정으로 구성돼 현재 전국에서 각 대학별로 시행 중에 있다.
M.D.-Ph.D. 프로그램 여전히 미궁
M.D.-Ph.D. 과정의 도입으로 우리나라 의과학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는 정부와 학계의 당초 기대와 달리 곳곳에서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둘째로 치더라도, 워낙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각 대학마다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특성상 남학생들의 경우 병역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나이 문제로 고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다, 졸업 후 진로 및 수련과정 등도 현재로선 마뜩찮다. 결국 의사들의 경우 여전히 Ph.D.는 학위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임상의사로서의 삶을 첫 손가락에 꼽을 뿐, 연구자로서의 삶은 뒤로 할 수밖에 없으며 그나마 M.D.-Ph.D. 복수학위 과정에 입학한 의전원 출신의 의과학자들도 소수에 불과해 장밋빛 전망만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 가운데 특히 M.D.-Ph.D. 제도의 성공 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데는 ‘병의 근원과 치료법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임상 의과학자’라는 의미의 M.D.-Ph.D. 모범 사례를 젊은 의과학자들에게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진료보다는 연구를 우선순위에 두고 의사를 길러낸다는 제도의 취지 자체에 대해선 모두들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기초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임상과를 전공한 의사에게서 그러한 삶을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주한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거론하며 “의과학육성지원사업 운영위원회 결성으로 앞으로 효과적인 발전 방향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적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았다.
이번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서울의대 정명희 교수 역시 “M.D.-Ph.D.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우수 의과학자 양성이라는 기초의학 고유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해법 없나? - 모범사례 제시하고 학자의 길 터줘야
국내에서는 드물게 종합병원 전문의로서의 삶 대신 의공학자로서 길을 택한 서울대 전기공학부 서종모 교수[사진]는 현행 M.D.-Ph.D. 제도와 정부서 2008년부터 시행한 M.D.-Ph.D. 프로그램에 대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M.D.-Ph.D. 제도는 출발부터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된 까닭에 지금도 여러 문제점에 봉착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빠져있다. 임상의학 연구자와 기초의학 연구자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교수=진료교수’로 굳어진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임상 의사들이 Ph.D. 학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려고 해도 병원의 수익구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경영진의 사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의과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M.D.-Ph.D.들을 ‘연구병원 과제’와 같은 국가 연구과제 수주를 위한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병원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 교수는 이 과정에서 MD-Ph.D.에 대해 임상의사(Clinician)와 연구자(Researcher)로서의 장점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기초의학 분야에서 이를 끌어안는데 반대했다. 그는 “M.D.-Ph.D.는 임상의학과 기초의학의 중간 접점에서 실제 임상에 바로 쓰일 수 있는 기초 연구를 진행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기초의학은 M.D.-Ph.D.가 해결하지 못하는 근원적인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결국엔 임상의학교실에서 이들을 끌어안고 진료보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전기공학부 교수로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도 서울대병원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안과 전문의로 진료를 보면서 임상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는 서 교수는 자신과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저 역시 엄밀히 따져 MD.-Ph.D.의 모습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임상과에서 이러한 연구중심 의사를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모범 사례가 많아졌을 때 지원자도 늘어 인력 풀이 보다 다양해지고 깊이 있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해법이 현실적으로 의료기관과 대학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져 바로 도입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임상과가 끌어안는 M.D.-Ph.D.들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관심을 요구했다.
서 교수는 “MD-Ph.D.가 임상진료를 적게 봄으로써 발생하는 병원의 적자 부분을 정부가 직접 보전해주거나 병원의 적극적 연구 투자로 간주하여 높이 인정해주는 방안과, 진료 인센티브를 받지 못해서 임상 진료의와 급여차이가 벌어지는 부분을 추가로 보전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D.-Ph.D.는 예외적으로 자신의 인건비를 국가 연구비 내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병원과 임상과 내에서 M.D.-Ph.D.의 입지를 높이고 활동영역도 넓히며,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Ph.D.들도 의대 안에서 의학 발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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