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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제도 도입으로 '투명주머니' 의료계
[ 2010년 07월 16일 03시 30분 ]
올해부터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와 30만원 이상의 진료비 현금 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되면서 개원가의 수입이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주머니가 됐다. 정부는 지난 1월 31일부터 시행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비급여 대상 항목(행위 약제 및 치료재료)과 그 가격을 기재한 책자를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비급여 대상 항목의 가격 및 제증명 수수료 비용과 관련된 사항을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게재토록 규정해 놓았다. 이를 위반해 적발되는 병·의원은 5월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벌금 300만원의 과태료 및 영업정지 13일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4월 1일부터 환자의 요청 여부와 상관없이 든 병의원은 3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됐다. 데일리메디는 새 제도 도입에 따른 개원가의 현실과 상황을 살펴봤다.
수술 할 때 비용을 책정하려면 시술한 의사의 행위료와 검사비, 약값, 치료 재료비 등을 별도로 산정해 합을 하면 총 진료비용이 된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검사나 약제에 대한 기준 없이 항목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어 의사들의 원성이 높다.
특히 성형외과 개원가의 경우 상담을 통해 수술의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된 수술비용과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 수술 전부터 신경전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간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A원장은 “진료비를 음식점 메뉴판처럼 만들라는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 “쌍꺼풀수술 얼마 앞트임 얼마, 코 수술 얼마 수술비는 이렇게 책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A원장은 “모든 사람의 입과 코의 크기, 높이, 피부두께 등 생김새가 똑같다면 수술비용을 일률적으로 책정할 수 있겠지만 개인에 따라 선호하는 얼굴형과 수술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책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동성로에서 성형외과를 개원 한 B원장 역시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고지가 의무화 돼 공개 하고는 있지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쌍꺼풀 수술 최소 △△만원~최고 △△△만원으로 표기 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인다”면서 “이런 고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외과의 경우 환자와 의사 간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수술 후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 후 공지되는 금액과 상담 후 실제 수술비용에 차이가 있어 환자와 불필요한 다툼이 생겨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외과의사회는 제도 시행 전부터 회원들에 충분히 설명하고 개원가에 보건복지부의 양식을 배포, 개원강좌 등을 통해 교육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형외과는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면서 “세부 기준없는 비급여 진료비 고지 의무화는 불필요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신사동의 한 피부과 C원장은 “예전에는 상담 받고 바로 시술을 받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에는 상담만 받고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병원과의 가격을 비교하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C원장은 “대부분의 피부과는 패키지 묶음이 많은데 병원마다 구성이 다르고 기계와 사용되는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케어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패키지의 구성이 달라도 가격만으로 비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로 인해 다른 병원과의 가격경쟁과 눈치 보기가 심해졌다”면서 “어떤 환자는 옆 병원은 얼만데 왜 더 비싸냐며 할인을 해달라고 한다. 점점 더 팍팍해 진다”고 한탄했다.
분당의 한 의원(진료과목 피부과) D원장 역시 “요즘 진상 손님들이 늘고 있는데 최근 대기실에서 누구누구 소개로 잘 한다고 왔는데 다른 병원 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고 말하는 손님 때문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환자, 정보 유출 꺼려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비급여 진료비 고지 의무화와 함께 30만원 이상의 진료비에 대해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제도 또한 환자들이 원하지 않아 의원들은 무기명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
신촌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여대생은 “성형수술에 대한 기록을 어디에도 남기고 싶지 않아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준다고 해서 깜짝 놀랬다”면서 “내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했다.
이 여대생은 “내가 원하지 않는 현금영수증을 왜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때문에 개원의들은 환자가 외부 유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 무기명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
무기명 현금영수증 발급이란 소비자가 발급을 원하지 않는 경우 국세청이 지정한 코드 010-000-1234로 발급하는 것을 말한다.
신사동의 피부과를 찾은 30대 한 직장여성은 “예전에는 신용카드대신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를 할인해 줘서 좋았는데 지금은 현금할인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카드회사에 물어야 하는 수수료 대신 소비자가 현금으로 결제하고 그 수수료만큼의 할인을 받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리”라고 말했다.
이 피부과 D원장은 “현금할인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는데 요즘 법이 바뀌어서 안된고 해도 자신은 현금영수증이 필요 없다며 가격할인을 요구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도경기자 kimd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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