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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 VIP·의사 자격증 = 신용" 공식 옛말
[ 2010년 07월 19일 02시 25분 ]
[기획 상]
지난 2월 개원 컨설팅 업체를 찾은 전문의 A씨는 몇 차례 상담 후 개원을 미루기로 했다. 금융권의 개원자금 대출한도가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필요 자금은 4억원이지만 은행이 제시한 금액은 절반에 불과했다. 컨설팅 회사 자체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추가 자금을 알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입지를 바꾸거나 계획했던 규모를 줄이고 싶어도 대형화·고급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경쟁에 밀릴 것을 생각하니 결정이 쉽지 않았다. 선배들이 금융권에서 쉽게 대출을 받아 개원한 것에 비하면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롭게 강화된 탓이다.
개원 예정의사 대출한도 대폭 축소
금융권이 의사대출(일명 닥터론, 메디칼론) 한도를 줄이면서 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B은행의 경우 대출 한도를 금융위기 이후 절반으로 줄였다. 특히 개원예정의에 대한 한도가 눈에 띄게 줄어 봉직의 수준까지 한도가 축소됐다.
시중 C은행 여신 담당자는 “표면상 최고 한도는 변함없다. 다만 대출 대상을 봉직의, 개원의, 개원예정의로 세분화하고 개원예정의를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집단으로 인식해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하며 “최고 한도는 3억원이지만 실제 대출은 1~2억원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대출을 취급하는 여타 은행들도 금융위기 후 한도를 점점 줄이고 있다. 속속 들려오는 병·의원 폐업 소식이 대출에 큰 타격을 줬으며 이에 따른 대출기준 강화가 한도 조정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시중 D은행 관계자는 “병·의원 폐업률 증가가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심사기준 강화를 통해 실질 한도를 줄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의사면허증이 신용이었던 시대에는 별도 기준이 필요 없었으나 현재는 봉직의, 개원의, 개원예정의로 대상을 분류하고 신용도, 전공과목 등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외로 신용도 나쁜 의사들 많아”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영악화로 폐업률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내부에서 의사는 가장 리스크가 큰 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은 대출 심사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기준이 강화되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이 개인 신용도다. E은행의 경우 의사 전용대출 상품에 대출 한도 자체가 없다. 단지 신용 등급에 따라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 신용 상태가 월등히 좋거나 중소병원 과장급 이상 봉직의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으면 최대 1억원까지 추가대출을 해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상담을 해보면 의외로 신용도가 나쁜 의사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개원 전문 컨설팅 회사에서 대출 담당으로 근무하는 B씨는 “과거 의사면허증이 금융권에서 신용으로 통하다보니 여타 직장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신용등급 관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개원 상담을 진행하는 의사 10명 중 2명은 신용도 문제로 대출이 거부되거나 한도가 대폭 줄어 컨설팅을 포기한다”고 귀띔했다.
의사들의 카드대출, 현금서비스 이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많고 연체율도 높은 편이며 이것이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대출 승인율도 과거와 비교가 안되는 상황이다. 신용 문제는 대출 초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만기 후 연장을 할 경우 대출을 받았던 시점보다 신용도가 하락했다면 총액에 대해 연장이 거부되거나 일시 상환까지 요구받는다.
개원의들도 신용관리에서 예외일 수 없는 이유다. 일반 대출에 비해 금액이 크게 형성되는 의사대출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만큼 회수가 어려워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도에 따라 한도를 축소하거나 만기 연장을 거부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위 부실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은행 관계자는 “의사들의 신용대출 연체율이 한동안 0.5%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 0.8~1%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병·의원 경영 악화…금융권 문턱 더 높아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펴낸 ‘의원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의원 중 62.4%는 “수입 때문에 의료업을 포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감기 등 가벼운 증세를 보인 환자도 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1차 의료기관 붕괴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폐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개원의들의 빚 부담은 점점 늘었다. 2007년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 35%가 평균 3억 8천만원의 부채를 지니고 있으며 자본의 62.3%가 은행 대출로 나타났다. 제조업 49.5%, 정보통신 서비스업 44.2%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이 의료기관 대출에 보수적 시각을 갖게 되고 단기대출 위주로 상품을 운용해 중소 병·의원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개원 전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대출을 받았더라도 개원 후 자금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며 “개원해서 병원도 있으니 앞으로 대출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개원 후 대출은 매출, 경영 상태 등을 파악해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원 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은행에게는 대출 호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적인 대출 규모는 줄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강화된 기준으로 대상자를 평가해 안정적으로 대출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을 그만큼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당분간 의사대출 시장은 현재와 같이 강화된 기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 2금융권 F사의 경우 지난해 말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타깃으로 했던 신용대출 상품을 없앴다. 직장인 신용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급속히 늘었기 때문이다. F사 관계자는 “부실률이 증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며 “담보 설정 없이는 대출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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