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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떨어진 의사들…회생 신청 매년 늘어
[ 2010년 07월 20일 03시 03분 ]
서울지방법원 파산부가 지난 3월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를 공개했다. 2006년 22명에 불과했던 신청자 수는 2008년 82명 2009년 176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2월까지 38명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2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의사 직군의 경우 개원 투자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환자 유치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개원이 어려워지면서 의사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올 1/4분기 현재 전문의 수는 5만 9507명으로 지난 해 1/4분기 대비 4.5% 늘어난 반면 의원 종사자는 같은 기간 대비 1.1% 줄어든 3만 228명으로 나타났다. 전문의 총 인원은 늘었지만 의원에 종사하는 전문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2008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 이용을 선호하면서 1차 의료기관 경영이 악화됐고 대형화·고급화 추세인 개원가 상황이 개원예정의들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개원 보다는 안정적 봉직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1/4분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총 전문의 중 31%를 차지했으나 4/4분기에는 32.1%로 1.1% 증가, 과거 전문의 취득 후 주로 개업을 선택하던 의사들의 패턴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는 전공 선택의 양극화 현상도 이끌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돈벌이가 안되는 과목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보험 진료가 많은 과목은 전공의 지원자가 몰리고 있으며 개원도 소폭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병원 간판에서 전공과목 찾기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과, 산부인과, 피부과, 정신과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있다. 비인기 과목을 진료하는 병·의원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진료과목을 표기한 간판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 클리닉, 비만 클리닉, 통증 클리닉, 탈모 클리닉, 아토피 클리닉, 노화방지 클리닉 등이 대표적이다. 병원이 돈을 벌려면 일반 환자를 보는 대신 건강한 환자를 끌어들어야 하는 것이 작금의 의사들 현실이다.

百尺竿頭(백척간두) 위기감 의사…인턴·전공의 앞날 잿빛

한 해 평균 41개 대학에서 3500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그 중 3000명이 전문의를 취득한다. 전체의 5%가 대학병원에 교수로 남고 20%는 1년 계약직 월급쟁이 의사를 시작한다. 여러 사회적 환경도 의사들을 압박한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으로 의료계를 보는 사회의 시각은 180° 달라졌다. 2004년 의료기관평가, 2006년 항생제·주사제 처방률 공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까지 공공성이라는 명분하에 시행된 정책들은 의사들을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밥그릇’챙기는 상류층, 탈세의 온상, 예비범죄자 등등 거기에 중소 병·의원 경영악화에 따른 폐업이 겹치면서 의사는 그야말로 혼수상태다.

지방의대를 졸업하고 올해 대구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한 K씨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면서 입학 할 때만 해도 당연히 개원이 목표였지만 요즘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공을 두고 고민이 많다. 하고 싶은 과목이냐 밥벌이 잘되는 과목이냐. 정신없이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개원은 요즘 꿈꾸지도 않는다. 대출도 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다 해도 갚지 못할게 눈에 보이는데, 어설프게 개원해서 고생하느니 병원에 남아서 나만의 필살기 몇 개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안 그러면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지금 인턴들은 한껏 오른 펀드에 막차탄 집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돈다”고 전했다. 의료계 전반의 어려운 사정이 곧 자신들에게 몰려올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K씨는 “병·의원은 이제 편의점처럼 돼버렸다. 몫 좋고, 규모가 커야하며, 취급 상품도 다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인턴, 전공의들은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며 “얼마 전 성형외과를 개원한 선배와 만날 자리가 있었는데 ‘세일 해줄 테니 현금으로 하자’고 매달린 사정을 들었다. 대출 이자라도 갚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요즘 의사가 이렇다. 그래서 나도 불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 의사들이 의사로서 명예와 소신을 가질 수 있는 날이 꼭 다시 온다고 믿는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는 병원으로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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