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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이대로 둘 수 없다!"
[ 2010년 07월 22일 03시 03분 ]
응급실의 밤은 시끄럽다. “잔 말 말고 의사들 빨리 데려오라고.” 환자분류소에서 A씨가 소리쳤다. 그런 A씨를 30여 명의 응급환자가 쳐다본다. “시력에 문제는 없으시고요. 잘 걸으시니깐 신경학적인 이상도 없네요. 안와골절 확인 후 봉합하면 됩니다. 함께 들어온 환자들 중에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거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분들도 계시니깐 잠시 기다려 주세요.” 방금 전 의사가 한 말을 A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술 냄새가 잔뜩 묻어나는 A씨는 집어던질 무언가를 찾았다. 그런 A씨의 눈에 링겔대가 들어온다. “야 이XX야 지금 나 피나는 거 안보여? 기다리라는 말만 하면 단 줄 알아 이 XXX야. 너 죽여버린다.” A씨가 욕을 하며 링겔대를 집어던지려 할 때 경비업체 직원이 그를 저지한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A씨는 그를 막는 보안요원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그의 주먹이 보안요원의 얼굴을 때린다. 풀썩, 보안요원의 무릎이 꺾였다. 주위에 있던 2명의 보안요원이 A씨를 둘러싼 후 난동을 부리지 못하게 진정시켰다. 경비업체 직원 중 한 명이 A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A씨가 말한다. “어이 형씨, 담배 있으면 하나만 줘봐요.” A씨는 담배를 피우고 그 덕택에 응급실은 조금 조용해졌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진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담긴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누구든지 의료기관의 의료용 시설·기재·약품 및 그 밖의 기물 등을 파괴·손상하거나 의료기관을 점거해 진료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있으나 의료진에 대한 폭행 관련 항목은 제외돼 있다.
최근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문제로 제기되자 국회에서는 누구든 정당한 이유 없이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해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의 단체는 “의료인 단순 폭행?협박을 중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예방효과가 떨어지고 응보적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부분 술 취한 사람들이 난동”
법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곳곳의 응급실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 위험은 현재, 산재해 있다.
폭행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의료진뿐만이 아니다. 병원의 보안경비서비스를 맡고 있는 보안요원 또한 폭행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한 조사에 의하면 응급실 폭력은 환자나 보호자의 이기심이나 의료 체계에 대한 무지로 인해 주로 행해졌다.
이런 폭력에는 늘 노출돼 있지만 의료진도 아니고 환자도 아닌 그래서 다소 객관적일 수 있는 보안요원들을 만나 응급실 폭력에 대해서 들어봤다.
서울 모 응급실 보안요원 A씨는 “의사들이 오지 않는 다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경미한 부상이고 주로 술 취한 사람들”이라며 “3~4시간 기다린 것도 아니고 30분도 못 기다려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씨는 “나도 애를 응급실에 데려 가봐서 응급환자의 심정은 아는데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을 위한 마음이나 정말 위급해서 화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술에 취해 다쳐서 오거나 싸워서 오는 사람들이 주로 욕하고 폭력을 휘두른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 욕하기 시작한다”며 “그런 경우 제재 요청이 들어오거나 우리가 봤을 때 제재가 필요한 경우에 제재를 하지만 술 취한 사람은 말도 통하지 않고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아서 제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비 업무 중 응급실 가장 힘들어”
서울 모 응급실 보안요원 B씨는 “여러 경비 업무 중 응급실 경비 업무가 가장 힘들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많으면 하루에 1~2명, 적으면 이틀에 1명 정도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며 “서울 유명 병원의 경우는 비일비재한데 비해 그래도 이곳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B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정말 크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래도 이정도면 준수하다”며 “이제는 근무를 오래해서 들어오는 응급환자들 얼굴만 봐도 난동 부릴 사람을 대충 알 수 있다”며 쓴 미소를 지었다.
보안요원 C씨는 “사실 우리는 보안요원이기 때문에 폭력에 대해서는 익숙해서 대응도 할 수 있고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맞지는 않는다”며 “이제는 하도 겪다보니 작은 폭행 같은 경우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C씨는 이어서 “여의사나 여간호사에게 성희롱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제재하기가 어렵다”며 “폭언 및 성희롱 하는 사람들의 경우 달래거나 진정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그런 점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런 사람들을 달래다 보면 담배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어떤 보안요원은 그런 사람들한테 줄 담배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며 고개를 내둘렀다.
“큰 병원만 고집하지 않아도 문제 일부 해결”
보안요원 A씨는 “그리 크게 다치지 않았을 때는 동네 의원이나 작은 병원에 가도 될 텐데 무조건 큰 병원으로 와서 기다리다가 화를 내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그렇게 와서 난동을 부리면 의료진은 물론 다른 환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저는 잘은 모르지만 환자 분류 체계가 좀 잘 이f뤄져서 한 병원에 환자가 너무 몰리지만 않으면 폭행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안요원 B씨는 “저희가 폭행을 당한 경우 경찰서에 가서 간단히 조서만 쓰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조치가 가벼우니 난동을 쉽게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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