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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흉않고 심장수술…심장치료 지각변동
[ 2010년 07월 23일 03시 13분 ]
가슴을 열지 않고 스텐트 삽입으로 심장수술에 성공한 국내 첫 사례가 공개되면서 기존 심장수술을 보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다. 병원은 지난 4월 말경 80세에 이른 고령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 그물망(스텐트)을 삽입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약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제 가슴을 열지 않고 심장수술을 하는 날이 도래한 것이다. 무조건 개흉해야만 가능했기에 이번 스텐트 시술법은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인공판막치환술, 카바수술과 함께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의 3파전 구도가 어떤 양상으로 그려질 것인지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첫 성공한 이 시술법은 지난 2002년 처음 환자에게 시술됐고, 유럽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텐트를 이용해 대동맥판막을 치환하는 이 수술법은, 대퇴부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부풀린 후 그물망을 대동맥판막에 적절하게 고정시킨다. 그 후 망가진 기존 판막 위에 조직판막을 얹어 고정시키면 된다.

1시간 가량 시술시간이 소요돼 장시간 수술에 비해 환자의 체력 소모가 덜하고 수술 후 입원 기간도 3일 가량으로 짧은 편이다. 특히, 가슴을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나 운동장애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

시술을 집도한 박승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이번 스텐트 시술의 성공으로 고령의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유럽의 최근 결과를 보면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어 가히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인공판막치환술 등 대체 가능성 있나

그렇다면 이 시술이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치료법인 인공판막치환술과 최근 시술이 급속히 늘어난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인공판막치환술은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치료법이다. 문제가 된 판막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판막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안전성은 입증됐지만 평생 항응고제를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은 인공판막치환술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수술법으로 손상된 판막 주변에 특수 고안된 링을 대는 방식으로 낡은 판막 일부만 교체하는 일종의 성형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계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이 두 수술법은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일부 부담스럽다. 반면 스텐트 시술은 개흉에 대한 환자 부담이 적어 관심이 높을 수 있다.

우선, 이 시술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있지만 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80세 이상의 고령자나 지병이 있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예외적으로 환자가 원할 경우에도 가능은 한데, 해외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시술을 집도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는 “이 시술법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판막치환술, 카바수술과 적응증이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이 시술법의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수술을 할 수 없는 고령자나 지병이 있는 환자들이 시술을 통해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현재 심장수술 환자의 5%~10%를 차지한다고 한다면 앞으로 그 포지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결국 안전성이 입증이 돼서 수술이 가능한 환자 중에서도 스텐트로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학 교수는 “지금도 예외적인 경우 인공판막치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커서 스텐트로 시술 받기를 원한다면 그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자가 수술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까지 풀어야할 숙제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 시술법이 통용되기까지는 풀어야할 난제가 많다는 의견이다.

장기수술 성적과 고가의 수술비, 적응증의 한계 등을 들었다. 흉부외과 교수들은 “이 시술은 수술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술 성적이 기존 수술보다 좋지 못하고, 뇌졸중, 관상동맥구의 막힘 현상 등 합병증 발생률이 높다”고 주장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병원 흉부외과 모 교수는 “보통의 수술이 아니어서 위험이 상당히 따른다”며 “2년 성적이 50%, 수술사망률이 10~20%로 수술이 불가능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시술법이어서 기존 수술을 대체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시술법은 최초 시술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장기 성적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대학 흉부외과 모 교수도 “상용화 되려면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성적 결과가 좋아야 한다”며 “아직 오래 되지 않아 5년~10년의 장기 성적이 없어 기존 수술을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존 수술비의 3~10배가량 되는 고가의 수술비도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이 시술법에 사용되는 조직판막 가격만도 2000만원~5000만원으로 상당히 비싸다는 것.

지방대학 흉부외과 모 교수는 “현재 미국 에드워드 회사에서 만드는 조직판막을 사용하는 데 그 가격이 3000만원~5000만원”이라며 “여기에 시술비까지 합하면 환자 부담금이 기존 수술의 많게는 10배가량 된다. 통용되려면 의료보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적응 대상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 더욱이 시술법에 대한 한계로 폐쇄부전증이 심하거나, 현재 사용되는 링 크기 사이즈에서 벗어나 대동맥이 너무 넓거나, 동맥경화증이 심하면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하다.

지방대학병원 흉부외과 모 교수는 “시술 방법 상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해부학적으로 이 시술법이 맞아야 할 수 있는 등 상당한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서울 소재 대학병원 심장내과 모 교수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가라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다만 수술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흉부외과, 심장내과 전문의가 함께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영학 교수는 “고가의 시술비 부분도 본인부담금이 높아서 그렇지 전체 의료비를 놓고 봤을 때 기존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술성적도 초기 문제가 없었던 환자 결과 괜찮은 것으로 나왔고, 시술 자체로 보면 성적이 상당히 좋다”며 “다만 장기 성적을 말하기에는 유럽에서도 2~3년 정도로 짧아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검증 단계…“상용화 언제 될지 알 수 없어”

모든 신 의료기술이 그렇듯 이 시술 또한 기존 심장수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는 많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 시술은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연구에 대한 허가를 받았고 현재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즉, 검증 단계인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는 “현재 식약청에서 임상시험으로 30케이스 정도 허가를 받아서 시술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4케이스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식약청에 보고하고 리뷰해서 ‘괜찮다’는 판단을 받으면 심평원에서 보험심사를 거쳐 상용화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임상시험 단계라고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이 시술은 약 1만5000예가 시술됐다. 성공률도 유럽 대규모 다기관 연구결과, 평균 80세 이상 환자 1000례 이상 시술에서 95%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김영학 교수는 “시술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의 평균연령이 80세 이상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시술 성적이다”며 “앞으로 기대 가능성이 높은 시술인 만큼 국내에서, 특히 아산병원이 선도적으로 시술에 앞장서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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