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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흉책으로 건강보험 붕괴 우려"
[ 2010년 08월 22일 21시 37분 ]
병원계가 심상찮다.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직접 진료비를 청구토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반감이 만만찮다. 가입자의 진료비 청구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는 부담 외에도 보험회사의 진료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이들 병원을 더욱 격분시키고 있다. 병원들의 대표단체인 대한병원협회 역시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까지 개최, 사태의 심각성을 예견케 했다. 병원계 보험 분야의 통(通)으로 꼽히는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도 “보험회사 흉책에 건강보험이 붕괴될 수도 있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보험회사 살리는 법안”

정영호 위원장은 이번 법안의 추진 배경으로 ‘실손형 보험 열풍’을 지목했다.

몇해 전 보험회사들이 ‘진료비 전액을 보장해 준다’는 실손형 보험을 무차별적으로 판매하면서 가입자들이 급증했고, 현재 이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실손형 보험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지자 보험회사들은 이를 만회할 수 방안을 고민해 왔고 이번 법안이 회생책이라는 분석이다.

즉 가입자들에게는 그동안 가장 큰 불만이었던 진료비 청구 부담을 전면 덜어주면서 의료기관의 진료권을 쥐고 흔들어 지급 보험금 액수를 줄여 나간다는 것.

정영호 위원장은 “보험업계는 진료비 부담이 없음을 강조해 무차별적으로 실손형 보험을 판매한 후 보험금 지급 압박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술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구조적 모순을 지닌 보험상품 판매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제도”라고 피력했다.

의료보험 민영화 시발점

정 위원장은 무엇보다 "이번 법안이 의료민영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보험에서 보상해 주지 못하는 비급여 영역이 점점 민간보험으로 이양될 경우 의료보험의 무게중심이 민간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는 것. 가령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요원한 신의료기술들을 민간보험에서 보존해 주면 가입자들은 자연스레 민간보험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현재 비급여는 건강보험 저수가에 따른 의료기관의 경영수지 부족분을 보전해 주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 비급여수가가 통제된다면 건강보험 급여수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영호 위원장은 “이번 법률안은 비싼 보험료는 보험회사에 그대로 내면서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대다수 서민에게 전가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보험회사의 진료비 직불이라는 편익을 가입자에게 제공하므로 현재보다 가입자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 및 의료서비스 요구를 높이게 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진료권·가입자 건강권 훼손"

국민들은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행위를 보장받기 위해 비싼 보험료를 내고 민영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 법률안 시행으로 별도의 진료수가 기준이 마련될 경우 의사의 진료권 침해에 따라 소극적 진료를 유도, 최우량의 진료를 받을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즉, 보험회사들이 진료비 심사권을 쥐게 될 경우 비급여 항목별 수가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고 의사들은 이 기준에 맞게 소극적 진료를 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

더욱이 의사들의 소극적 진료는 환자들이 더 나은 진료기회를 박탈 당하게 만드는 만큼 가입자들로서도 비싼 보험금을 내고도 최소 진료를 받게 된다는게 정영호 위원장의 우려다.

정영호 위원장은 “이번 법률안의 입법 목적인 국민의 편익과 운영상 비효율의 개선은 향후 초래될 부작용에 비해 너무나 작은 부분”이라며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번 법률은 철회되는게 마땅하다”며 “병원계 우려와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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