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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KTX 교통혁명과 지방 의료계
[ 2010년 09월 01일 21시 40분 ]
정부는 지난 1일 KTX 고속철도망을 전국으로 확대해 오는 2020년 전 국토의 95%를 2시간대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야심한 계획을 발표했다.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로 나뉜 철도망을 더욱 세분화하고 현재 건설하거나 운영 중인 일반 철도노선도 직선화를 통해 최고 시속을 230km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명실상부한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다.
그동안 고속철도 비(非) 수혜 지역이었던 인천과 전주, 포항 등에도 KTX가 운행된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서울 대형병원을 손쉽게 방문할 길이 열린 셈이다.
지난 2004년 KTX 개통 이후 고속철도 위력을 실감한 지방 의료계는 또 다른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 지역환자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민관이 전사적인 대책을 마련 중인 상황에서 무거운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실제 KTX가 가져온 의료 패러다임 변화는 엄청나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05년과 200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수도권 거주자가 병원진료를 위해 KTX를 이용한 비율은 각각 4.3%, 3%에 달했다.
지금도 서울 대형병원을 찾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싣는 환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장은 "첫째도 둘째도 지역환자가 서울로 가는 상황을 막는 것이 지역 의료계의 생존법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장은 "서울로 가는 환자를 잡지 못한다면 지방 대형병원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며 위기론을 확인시켜 줬다.
이러한 사정은 고속철도가 닿지 않는 제주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지역 의료계 인사들은 "아픈 부모를 서울 대형병원으로 모시지 못하면 마치 불효자로 낙인 찍히는 게 지역 정서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교통혁명과 효(孝) 사상이 결합한 한국만의 의료 패러다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교통혁명을 지켜본 지방 의료계의 위기감은 이미 최고조로 달아오른 상태다. 관건은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다.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KTX 여파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부산과 대구시 의료계는 현재 각종 위원회를 설립하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경쟁력 강화와 신뢰 회복이 해법이라는 교과서적인 결론을 내렸다.
지역 환자가 서울로 가는 이유는 유독 큰 병원을 좋아하는 국민 정서가 작용하지만, 결국 의료서비스 경쟁력이 결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최근 의료계 이슈는 개원가와 대형병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도 큰 문제로 부상했다.
한 차례 매운맛을 본 지방 의료계가 다가올 2020년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지독한 서울 쏠림 현상은 장기적으로 지역 환자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해법은 이미 제시됐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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