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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성상철 병협회장도 후회하는 연명치료
[ 2010년 09월 19일 21시 34분 ]
천년 전 요지(瑤池·신선이 사는 곳)에서 만난 신선인데/인간 세상에서도 이렇게들 아름다우시네/육십 년 전 혼인날이 되돌아온 오늘/팔십이 넘었건만 소년 소녀 같으신데/후손들은 색동옷 입고 춤을 추니 경사로다/전홍(纏紅)끼리 술잔 주고받으며 전생 인연 떠올리네/백세 되는 날 다시 잔치 열어/뒤이은 축가 완성하길 기대하네

조선 중기 문신 이식(李植)이 유주윤(柳周尹)의 회혼식을 축하하며 남긴 시다. 수명이 길지 못했던 과거에 결혼 60주년인 ‘회혼(回婚)’이란 보기 드문 일로서, 회갑(回甲)·회방(回榜)과 함께 3대 경사였다.

대한병원협회 성상철 회장의 마음 한 켠에는 ‘회혼식’이란 단어가 단단한 응어리로 자리하고 있다. 바로 부친인 성수현 옹이 회혼을 1년 앞두고 타계한 탓이다.

故 성수현 옹은 서울의대 1회 졸업생으로, 경남 거창군에서 60여년 동안 자생의원을 운영한 개원의였다. 성 회장은 어린 시절 왕진 가는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올라타 청진기와 촉진으로만 진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사가 됐고, 성 회장의 아들 역시 흉부외과 의사가 돼 3대째 의업(醫業)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성상철 회장은 3대(代) 의사 집안의 초석이셨던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결혼 60주년에 성대한 회혼식을 치러 드리려 했다.

하지만 당시 86세였던 아버지는 노환의 버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병상에 누웠고, 중환자실에서 기관삽관을 한 채 힘겨운 1년을 보낸 후 2008년 끝내 삼도천(三途川)을 건넜다.

“돌이켜 보면 후회막급입니다. 중환자실에서 1년 넘게 고생하신 생각을 하니 죄송스런 마음 그지 없습니다.”

성 회장은 "노환으로 쇠약해진 몸에 산소호흡기를 꽂는 기관삽관을 시행, 아버지를 힘들게 한 것을 뼈져리게 후회한다"고 술회했다.

요즘 사회적 화두인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아쉬움이자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발언으로 느껴졌다. 이 고민은 비단 성상철 회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천, 수 만의 보호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갈림길에서 불효에 대한 죄스러움과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다.

이별을 부정하고픈 마음에 의식도 없는 환자를 힘겹게 하는 것은 아닌지, 환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너무 쉽게 희망을 끈을 놓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입법화 목전에서 우리 사회가 진중히 천착해야 할 딜레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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