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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한방으로 '체내 혈관 찌꺼기' 해결될까
[ 2010년 09월 24일 21시 56분 ]
“선생님, EDTA라는 주사가 좋다는데 한 번 맞아볼 수 없을까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최근 환자의 질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의학적 상식으로는 전혀 무관한 치료법을 요구 받은 탓에 최신 논문까지 뒤적여 봤다.

하지만 어떠한 자료에도 고지혈증 환자, 그 것도 스텐트 시술력이 있는 환자에게 체내 중금속 등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EDTA 주사를 사용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던 중 A 교수는 일부 개원가에서 EDTA 주사가 일명 ‘킬레이션(chelation) 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랬다. 최근 개원가를 중심으로 각종 혈관질환에 EDTA 주사를 사용하는 사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도 회자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DTA(Ethylene Diamine Tetra-Acetic acid)는 독성 금속을 제거하는 링거주사로, 혈액 속 중금속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부 개원가에서 이 주사의 혈관정화 기능을 부풀려 동맥경화증, 심장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등 혈관질환자에게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정력제로까지 둔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상당수 개원가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요법이 중풍, 치매, 류마티스 관절염, 발기부전, 만성피로, 협심증 등 무려 60여 가지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EDTA에 비타민 등 영양제를 섞는 킬레이션 요법은 1회에 10만~15만원으로, 기본 20~30회를 투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개원가 입장에서는 이 킬레이션 요법이 짭짤한 수입원이 되는 만큼 환자들에게 투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주사를 혈관질환에 잘못 사용할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조상헌 원장은 “혈관정화 목적으로 EDTA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찌꺼기를 제거하려다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희의료원 응급의학과 최한성 교수는 “이 요법은 중금속에 중독된 응급환자 치료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며 “몸에 이로운 미네랄까지도 흡착해 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영태 교수는 “이 요법은 특히 아연을 많이 배출시키는데 이 경우 면역시스템이 손상되고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수연 교수는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을 제독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권장할만 하지만 동맥경화증이나 심장질환 치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 이 같은 신의료기술로 시술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각 병원별로 신청,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 이런 절차를 밟은 의료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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