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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韓 첫 발걸음 내딛은 '의료일원화'
[ 2010년 10월 05일 22시 00분 ]
의료계와 한의계가 그동안 금기어로 여겨진 '의료일원화 방안'을 논의키로 합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한의계의 난색으로 논의조차 어려웠던 의료일원화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일원화는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정책사업이지만, 한의계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공동협의체(TFT)를 구성하고 각각 4명의 위원을 선출했다.

의협에서는 신원형 상근부회장과 은산용 정책이사(간사), 안덕선 학술이사, 오석중 의무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한의협 위원으로는 최문석 부회장과 정채빈 의무이사, 박용신 기획이사, 송호섭 학술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의협은 한방대책위원회 내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별도의 독립된 협의체를 만들어 의료계의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한의협도 의협과의 공동 TFT 구성을 통해 의료일원화에 대한 공동 대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국내 의료체계가 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돼 있어 국민이 효과적인 진료를 받을 기회가 적었다"며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지속되는 등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협의체 구성 이유를 설명했다.

한의협은 "장기적으로 통합의학으로 가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며 "국민에게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의·한의계, 교육시스템 논의할 듯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의료일원화를 요구할 때마다 한의계는 진정성을 의심하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의료계 중심의 의료일원화를 우려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 의료일원화라는 용어가 의료계 중심이라는 인식도 크다.

정부 역시 수십 년 동안 의료이원화가 유지된 상황에서 일원화를 거론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당장 특정 직군의 생존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전투구식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

의협과 한의협은 협의체를 통해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교육시스템을 먼저 논의하고 장기적으로 통합의학 시스템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의대와 한의대의 강의내용이 많게는 75%까지 중복돼 교육과정상 차이가 작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의료일원화 논의가 물꼬를 튼 것은 양 단체 최고 집행부가 협의체 구성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일례로 한의원의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의사와 한의사 간 문제 제기와 반박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적으로 눈총을 샀다. 의료 엘리트들의 이기주의로도 비치는 모양새다.

치솟는 의료비 부담과 의료자원 낭비, 의료인 과대배출, 의료산업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이 요구되면서 일원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전방위적 공감대 필수…"의료 중복성 해결할 것"

의료일원화 협의체 구성은 상징적인 의미는 크지만 실제로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당장 한의계의 내부적인 의견통일이 이뤄질지가 주목된다. 의료계 역시 의사 중심의 일원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클 수 있다.

양 단체가 유리한 주장만을 되풀이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의계를 인정하지 않는 의료계의 시각, 흡수통합 의심을 거두지 않는 한의계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돼야 진정성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국회 등 제도권 틀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시스템과 의료자원, 면허체계 등 방대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지난 2005년 국회에서 '의학한의학 갈등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었지만 시각차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토론회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당시 의료계 토론자들은 한의학의 비과학성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반면, 한의계는 전통과 민족성을 강조하는 등 양측 모두 토론회 본질을 비켜가는 모습을 보였다.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원장은 "환자가 의사와 한의사를 선택하는 현 의료시스템은 다양성 측면에서 좋을지 몰라도 의료비 중복 등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며 "일단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단기간 내에 성과를 얻기는 어려운 큰 주제"라고 내다봤다.

이기효 보건대학원장은 "이번 논의는 전적으로 의료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전투구식 갈등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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