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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조루증치료제 '프릴리지' 약발 조루하나
[ 2010년 10월 11일 10시 19분 ]
[초점]남성의학의 혁명인가. 질병 만들기의 또다른 유형인가. 조루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약품이 탄생한 것을 두고 의학계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초의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 dapoxetine)'는 판매사의 적극적 마케팅과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2009년 10월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제1의 비아그라'라는 수식어는 이 약이 우울증 치료제라는 뒷 배경, 미국 FDA가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는 결정적 단점도 '가십거리'로 묻히게 했다. 그렇게 탄생한 프릴리지의 출시 10개월 모양새는 어떨까. 일단 출발은 좋았다. 판매사인 한국얀센이 준비해놓은 물량이 모두 동이 날 정도라고 회사 측은 '은근히' 자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프릴리지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는 인상도 있다. 소비자, 전문의, 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좋은 효과에도 불구, 시장 안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정도로 정리된다.

프릴리지는 어떤 약?
그 간 조루치료는 크게 수술요법, 마취요법, 심리요법으로 나눠 진행됐다. 가장 적극적인 수술요법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방법은 일반인들도 한 번쯤 해봤음직한 것들이다. 마취요법은 ‘리도카인’이란 국소마취제를 성기 끝부분에 발라 감각을 무디게 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일반의약품이라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일명 ‘토끼 남성’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단점은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여성 파트너의 성기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정도다.

심리요법은 정신과를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남성이 사정 직전 ‘극단적인 반대 상상’을 하는 방식이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운다거나 난데없이 야구중계를 보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농담의 은밀한 실천을 말한다.

오프레이블(off-label)이긴 하지만 우울증약을 조루약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흔했다. 수술까지 감행할 자신이 없는 환자는 적은 용량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처방받아 조루를 조절했다. 우울증과 조루가 같은 약으로 조절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데, 두 질환 모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수면, 식욕, 성욕, 정서 등에 관여한다. 결국 SSRI로 세로토닌의 양과 사용을 조절해주면 조루에도 영향을 주는 방식이다.

존슨앤존슨이 착안한 것도 이 부분이다. 회사 측은 SSRI를 아예 조루약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고 이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을 포함한 143개국 6000여 명에게 이 약을 먹인 후 사정까지의 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알아냈다. 수술이나 마취요법, 심리요법과 비교한 임상 자료는 없으나, 평균 0.9분이던 조루환자의 사정시간이 2.3분으로 증가했다. 이런 효과를 떠나 거대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공식적 첫 ‘경구치료제’라는 장점은 임상의에게 ‘또다른 치료무기’를 쥐어줬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기 충분했다.

매력적인 시장…모두가 “좀 더 길었으면”
이 약이 시장에 나오긴 전, 일종의 ‘시장조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각종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대한남성과학회가 중심이 돼 발표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조루증 유병률은 27.5%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조루증의 명확한 질병적 개념이 없는지라 판단 근거는 ‘나는 조루증 환자’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학회 소속 전문의들도 “본인이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시간과 상관없이 조루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렇다면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적극적 의사를 표한 비율은 얼마나 될까. 설문에 응한 남성 중 무려 42.6%가 의사를 밝혔다. 재밌는 사실은 사정시간이 10분 이상으로 상위 30%에 드는 사람들 조차 51.9%가 “치료받고 싶다고 했다”는 점이다.

조루증이란 무엇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한국 남성의 절반이 ‘나는 조루증’이라고 ‘사전 신고’했고, 또 절반은 ‘정상’임에도 불구 ‘시간을 더 늘이고 싶어한다’는 게 조사결과의 핵심으로 보인다. 프릴리지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며 매출이 급증하고, 비아그라 때와 유사한 각종 가짜 논란, 음성거래 등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법 했다.

너무 ‘일찍’ 끝나버린 조루 약발
국내 출시가 이루어진 후 매출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온전한 자료는 2010년 1분기 것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프릴리지는 올 1분기 9만여정, 금액으로는 11억원 어치가 팔렸다. 25만정(33억원)이던 출시 첫 분기(2009년 4분기)에 비해 65%나 떨어진 실적이다. 의외로 판매량이 많지 않은데, 요인은 다양하게 꼽힌다.

우선 가격이다. 비급여 제품이라 약국마다 가격이 좀 다르지만 통상 1알에 1만4000∼1만5000원(30mg), 2만4000∼2만8000(60mg)에 팔리고 있다. 게다가 3알씩 포장돼 있어 환자 입장에선 진료비를 제외하고 최소 4만원이나 7만∼8만원이 든다. 따지고 보면 비아그라를 처방받는 것과 유사한 비용인데, 판매량이 비아그라에 크게 못미치는 이유는 뭘까.

서울의 한 비뇨기과 개원의는 “발기부전과 조루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발기부전은 아예 성관계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니 돈을 투자하게끔 유인하는 어떤 ‘절실함’이 있는 반면, 조루는 일종의 ‘업그레이드’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즉 여러 방법을 통한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돈 투자에 망설이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발기부전치료제에 비해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자주 사용하지 않고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한 몫했다는 분석을 이 개원의는 내놨다.

그는 “한 박스에 3알이 포장되어 있는데, 한 번 처방하면 몇 개월 후나 돼 다시 처방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또다른 비뇨기과 개원의는 “약은 분명 괜찮기 때문에 적극 권유를 하지만 환자들이 약값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기부전의 주 소비자가 50대 이후인 반면, 조루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대상이 되므로 약값에 민감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난해한 질병, 복잡한 시장
프릴리지가 출시될 당시 ‘잘 될까?’라며 다소 비관적인 시선을 보낸 사람들은 ‘수술요법’과의 ‘마찰’을 예견했다. 수십 만원이 오가는 수술(음경배부신경 차단술)을 전문으로 행하는 대형 개원의원의 경우, 프릴리지 처방증가는 곧 수술시장의 잠식을 뜻하므로 약사용을 반길리 없다는 관측이다.

경기도 비뇨기과 개원의는 “모든 의원에 해당하지 않겠으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강남 비뇨기과 원장들에겐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조루라는 것이 발기부전과 달리 여러 치료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수술 외에도 많은 치료법이 있고 약 사용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그만큼 이 질병이 까다롭고 치료법이 완전하지 않다는 뜻이므로 의사 입장에선 프릴리지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즉 “비아그라가 아니면 수술을 해야겠습니다”는 말과 “프릴리지가 싫으시면 다른 것을 해보죠”는 의사의 상담이 진행될 경우, 판매량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자칭 조루환자의 많은 수는 ‘정상이지만 더 늘이고 싶다’는 욕망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병원 방문 혹은 의사의 복용권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비아그라의 획기적 효과(환자의 90%가 효과를 보는)에 비해 프릴리지는 잘해야 60∼70% 정도라는 단점도 꼽힌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약발 감소’의 원인은 회사 쪽으로 향한다. 서울의 한 비뇨기과 개원의는 “비아그라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광고 횟수가 적다”고 피력했다.

이는 개원의뿐 아니라 대학병원 의사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한 비뇨기과 교수는 “회사가 자신이 있어서인지 영업사원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또 “65세 이상에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포함해 좀 더 임상경험이 쌓이기 전까지 두고보자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며 ‘질병의 절실함이 적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판매사는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비아그라 역시 발매 첫 해는 10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며 “의사들이 새 치료제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보며 출시 1년 후 시점부터는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신문 신범수기자 answer@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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