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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사 알렌도 의료사고 나면 '쉬~쉬'
[ 2010년 10월 08일 22시 15분 ]
‘환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의술 활동에 전념했던 TV드라마 속 알렌의 모습은 다분히 미화된 것이었을까?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널리 알려진 선교의사 알렌(Horace N. Allen)에 대해 독특한 관점의 접근이 시도돼 관심을 모은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이영아 연구원은 8일 제중원 설립 125주년을 기념해 서울의대 주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알렌에 대한 재해석을 내놨다.

이영아 연구원은 알렌이 한국에 체류했던 약 20년(1884~1905) 동안 작성한 일기와 각종 편지, 미국으로 돌아간 뒤 조선에서의 시간을 회고한 기록들을 토대로 그를 재조명했다.

의료사고, 죄책감은 없었다?

이 연구원은 알렌이 일종의 의료사고를 낸 뒤에도 환자가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면 자신의 과오를 시인하며 사죄하기 보다는 오히려 환자들의 무지와 맹목에 편승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알렌이 작성한 ‘조선견문기’ 내용 일부를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알렌이 실수로 멀쩡한 이를 뽑아 버리고도 환자들이 항의가 없어 덮어두고 지나갔다고 기록돼 있다.

그날 늦게 내가 병원 문을 닫기 전에 그 사람이 온 것을 보고 나는 기가 꺾이고 말았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이 하나를 썩은 이와 함께 뽑아 버리고서는 호되게 욕을 먹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중략...그 후로 나는 많은 이를 뽑게 되어 오히려 이 뽑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

이영아 연구원은 “이 일화를 통해 알렌이 의료 실수에 대한 정보를 환자에게 제대로 털어놓지 않았으며 그런 채로 지속했던 의료행위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갖기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렌에게 조선인은 미개인?

이 연구원은 알렌이 조선을 미개한 나라로, 조선인을 무지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특히 조선인의 몸과 위생에 대해 매우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고 평했다.

그의 주장은 1884년 알렌이 엘린우드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인들은 너무나 더럽고 게으르고 확실한 도둑들이라 결코 큰 기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몸에서 고리타분한 똥냄새가 풍기고, 목욕하지 않은 고린 체취, 오줌 지린 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음식 등이 가득합니다...

이영아 연구원은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알렌이 조선을 낙후된 미개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러한 사고에 의해 알렌은 자신보다 ‘낮은’ 등급인 조선인 환자의 몸을 대할 때 과감하고 위험한 치료마저도 감행했던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판단했다.

알렌 인술(仁術)의 진정성

이 연구원에 따르면 알렌은 알려진 바와 달리 환자를 위한 인술(仁術)을 펼친게 아니라 의료선교를 위한 병원 설립에 진료의 목적성을 뒀다.

즉 알렌의 궁극적인 내한 목적은 선교 사업이었기 때문에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인술을 펼친다는 생각보다는 선교사업에 유리한 진료방침을 세우는데 더 치중했다는 것.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알렌의 ‘조선견문기’ 내용에 근거한다.

특수한 사례 한 가지를 언급한다. 증례 1은 첫 번째 입원환자이자 최초의 수술환자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위험한 경우였다. 훈련받지 않은 조수들이 클로로포름 마취를 해야 했으며, 그래서 생긴 나쁜 결과는 새로 세워진 병원에 타격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영아 연구원은 마지막 구절에 주목했다. 즉 알렌이 일차적으로 걱정한 것은 환자의 생명이 아니라 병원의 존립이었다는 것.

알렌이 병원 설립 사업이 더뎌지자 “나는 하루 속히 병원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에 건물이 준공될 때까지 찾아오는 환자들을 돌려 보냈다”는 그의 일기에서도 인술의 진정성을 짐작케 한다고 이 연구원은 피력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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