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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넘긴 현역 최고령 대학의료원장 바람
[ 2010년 10월 10일 13시 06분 ]
해방 전인 1940년생의 경희의료원 배종화 의료원장[사진]은 올해로 71세다. 무엇이든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일흔, 종심(從心)을 갓 넘겼다. 국내 대학병원 의료원장 중 70을 넘긴 사람은 아마 배종화 원장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배 의료원장은 지난 1973년 경희의대 교수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 후 어느덧 37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경희의료원이 1971년 오픈한 것을 감안하면 병원 역사의 ‘산 증인’이다. 현역 최고령 의료원장으로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를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편집자주]

"의료원장, 몇 번이나 고사"
배종화 의료원장은 지난 2008년 의료원장을 맡았다. 그의 나이 69세때 이다. 보통 65세가 정년인 것을 감안하면 배 교수의 의료원장 선출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정년을 ‘훌쩍’ 넘긴 노(老) 교수가 의료원장으로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총장의 거듭된 간청을 뿌리쳐야 하는 고민과 함께 주위 동료, 선후배 권유가 예상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2008년 3월초. 경희의료원에서 퇴임을 하고 당시 동서신의학병원(현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은 지 2년 여 시간이 흐른 뒤다. 병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경희의료원장과 경희대 부속병원장이 해임됐다는 것이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도 안 된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날 바로 대학 총장실에서 총장님이 보자고 한다면서 전화가 왔어요.” 당시 배종화 의료원장은 조영식 이사장의 주치의였다. 그는 인사 문제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하고 이사장 진료문제 때문으로 여기며 총장실을 향했다.

총장실에 들어서는데 비서가 그에게 “일 좀 하셔야 겠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는 것이다. 그는 “무슨 말 이예요?”하면서 ‘설마’하고 들어갔더니, 면담 이유가 ‘의료원장 직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배 의료원장은 그 자리에서 거듭 고사(固辭) 의사를 비쳤다. “이미 정년 퇴직도 했고, 나이도 많아 주위에서 ‘노역이 너무 과하십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끝까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총장실을 나왔어요.” 전혀 뜻밖이었고, 생각도 안 해 봤던 일이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보는데 며칠 후 의무부총장이 또 보자고 했다.

“당시 공영일 의무부총장은 저의 9년 선배예요. 그가 ‘의료원장직’에 대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고 권유했어요. 그래도 전 정년퇴직도 했고, 나이도 많아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나는 뭐냐?”고 해서 “그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우선 나왔어요.”

배 의료원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주말을 넘기고 월요일이 됐는데 이미 ‘배종화 의료원장’ 소문이 기정사실이 된 것 처럼 병원에 퍼져 있었다.

그제야 배 의료원장은 ‘계속 못한다고만 해서는 될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변 동료들과도 상의했다. “퇴직한 몸으로 과연 의료원장직을 맡는 게 타당한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들 ‘왜 못하냐’며 힘을 실어줬어요.”

결국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며칠 후 총장실에 서 전화가 와 배종화 의료원장은 고사했던 이유를 설명한 후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흔을 앞둔 명예교수의 새로운 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경희의료원 비전 선포 주역
의료원장에 취임한 배종화 원장은 곧 바로 의료원 도약 발판 마련에 들어갔다. “총장님께서 경희의료원이 의료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배종화 원장은 그동안 생각했던 바를 총장께 전달했다. 요지는 “병원 발전을 위해서는 위해서는 전문질환센터를 개설해야 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심장·뇌·암·이식센터는 대학병원으로서 꼭 해야 전망이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인생 노년의 여유를 찾을 시기에 막상 의료원장을 맡고 보니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다. 노사협의 문제부터 당시 금융위기도 발생했다. 실제 2008년 배 의료원장이 임기를 맡은 첫 해 ‘적자’경영으로 심적인 부담감이 상당했다.

대학과 재단에서는 “병원이 적자”라며 난리가 났다. 배 의료원장은 “2009년에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놓고 번민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경희의료원의 비전 목표 사명이 담긴 ‘마스터플랜’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보직자들이 바뀌면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일이 진행됐다.

그는 "의료원의 장단기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총장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경희의료원은 미션과 비전을 만드는 것부터 새로 시작했다. 더불어 총체적인 경영진단도 벌였다. 업체 선정만도 몇 개월이 지났던 대대적인 프로젝트 경영컨설팅은 몇 사람이 아닌 전체 교직원 의견을 묻고 파악함으로써 경희의료원의 미래와 도약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배 의료원장은 미션 및 비전 선포와 관련 다음과 같은 의지를 피력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선보였다. “전체 교직원들 의견을 물어서 지론, 전략이 제대로 나왔다. 이제 선포식도 했고 관건은 향후 3~5년이다. 어떻게 전략대로 실천을 하느냐에 경희의 미래가 달려있다. 과(科) 이기주의와 고집, 아집을 멀리하고 속도를 내서 달려 가야한다. 전략추진은 전쟁이다.”

체력은 국력! 집안 내력과 운동이 건강비결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 국내 10대 사학인 ‘경희호(號)’를 이끌어 온 배 의료원장은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 그에게 건강비결을 물었다.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첫째는 집안내력이고, 둘째는 운동이었다. 그의 부친은 87세, 모친은 95세에 돌아가셨는데 사망 직전까지 건강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으셨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중국 상해 학회에서 좌장을 맡고 있었어요. 계속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못 받고 나중에 전화 해보니 어머니가 점심 먹고 소파에서 주무시다가 운명하셨다는 겁니다.”

배 의료원장은 아침 5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시간 정도 매일 아침마다 운동을 한 지 벌써 5년째다.

그런데 헬스장도 나이 제한이 있어 처음 다니려고 할 때 여러 곳을 전전하는 마음고생을 했다. “처음에 동네 헬스장을 다녔는데 사람이 너무 북적거려 다른 곳으로 옮기려 마음을 먹고 알아봤어요. 그런데 ‘나이 제한’에 걸려 잘 안 받아 줬어요. 마지막으로 모 호텔 헬스클럽에서 ‘뭐 하는 분이냐?’ ‘건강에 관심이 있느냐?’등 여러가지 사실을 묻더니 괜찮다고 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요.”

대학동기 중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동기 중 완전히 은퇴한 경우는 3~4명. 그렇지만 나머지 대부분도 개업을 하고 있거나 정년퇴직을 하고 중소병원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미 다 사회에서는 ‘자유의 몸’이다.

“의료원이 가야할 길 놨다는게 보람”
의료원장 임기는 2년이다. 2008년 의료원장을 맡고 ‘벌써’ 2년이 훌쩍 가버렸다. 그리고 올해 의료원장으로 또 다시 보직을 맡았다. 연임된 것이다. “언제까지 의료원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경희의대 ‘최장수(長壽)’교수다.

그만큼 그 누구보다 경희의료원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의료원이 잘 되길 바라는 강한 집념을 갖고 있다는 그가 지금껏 반평생을 함께 한 경희에 느끼는 보람은 무엇일까. “의료원이 앞으로 어디로 가는 가에 대한 길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배종화 의료원장의 한 마디는 긴 울림을 가져다준다. 배 의료원장이 길을 닦아놓은 경희의료원의 미래를 밝게 점쳐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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