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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카바(CARVAR)수술과 이메일 파문
[ 2010년 10월 12일 03시 47분 ]
지난해 3월 한 통의 이메일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놨다.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사건을 맡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건 처리를 독촉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신 대법관은 2008년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있으면서 형사 단독판사 10여 명에게 세 차례 이메일을 보내 신속한 결론을 주문했다. 이메일 내용이 공개되면서 ‘담당 판사들에게 압력이 있었다’는 그동안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3년 전에는 이른바 ‘신정아 이메일’이 세간의 화제였다. 이 이메일은 학력위조 파문의 핵(核)이었던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은밀한 관계를 입증시키며 충격을 던졌다.

2010년 10월. 이번엔 의료계에서 이메일 사건이 터졌다. 당사자는 근거중심 의료 확립을 위해 정부가 설립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허대석 원장. 대쪽같은 성품으로 의료계에서 확실한 캐릭터가 인식돼 있던 인물이었다.

그런 허대석 원장이 대한흉부외과학회에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에 대한 보건연의 연구결과를 신뢰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메일은 보건연이 송명근 교수와 카바수술의 안전성을 놓고 한창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던 시점에 공개돼 더욱 파장이 일었다.

송명근 교수와 건국대병원은 “보건연이 카바 수술에 대해 중립적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허대석 원장은 “해당 자료를 작성한 흉부외과 측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사태를 진정 시키지는 못했다.

문제는 보건연의 청탁에 있다. 그동안 보건연은 "철저히 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카바수술을 평가했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이메일 사건으로 인해 보건연이 강조하던 객관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보건연 주장대로 자체 전문시스템을 통해 이뤄진 검증이라면, 또 그 결과물을 상부기관에 보고했다면 그 것으로 보건연의 소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최종 판단과 결정은 심평원과 복지부 몫이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제출된 상태에서 유관 학회에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 달라"는 동조 청탁을 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첨예한 시점에, 그것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의 이메일은 국가 기관의 장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처신이 중론이다.

그 충격과 파장을 차치하더라도 카바수술을 둘러싼 진실공방의 중심에서 터진 이번 이메일 사건은 보건연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신뢰성 추락의 빌미가 됐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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