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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 수익 웃도는 '병원 커피전문점'
[ 2010년 10월 13일 02시 55분 ]
#1. 아직 잠이 채 깨지 않은 노곤한 몸을 이끌고 나선 이른 아침 출근길. 두꺼운 유리 문 하나를 열고 발을 들이자마자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병원 로비 내 커피숍으로 향하는 발걸음. 오늘 하루도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2. 그리 중하지 않은 병이지만, 병원을 가는 일만큼은 달갑지 않다.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평소 좋아하던 커피전문점이 로비에 자리 잡고 있어 길고 긴 외래 대기 시간 동안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는 정도다.
2000년대 초반 별다방, 콩다방 등 각종 신조어를 양산하며 전국적으로 일었던 커피전문점 신드롬. 병원계에서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하나둘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더니 중소병원급에서도 이제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각 병원 간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병원계에서도 새로운 고객감동 서비스를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전략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원 로비에서부터 커피향이 퍼지면서 병원 특유의 냄새를 중화시켜주는 등 ‘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한편, 임대료 수익 역시 동시에 발생하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나 다름없다.
2000년대 중반 병원 리모델링을 단행했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 앞 상권과 맞물려 병원 내 편의시설에 대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병원경영 환경서 커피전문점과 같은 부대시설을 더 이상 배제하고 갈 수 없었다”면서 “때문에 병원 리모델링과 동시에 뒤늦게나마 변화에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병원 규모 따라 매출액 천차만별
새로운 수익원 창출, 고객서비스 향상을 기치로 내걸고 병원계에서 적극적으로 유치해 온 커피전문점들. 이들의 수익은 과연 얼마만큼 될까. 병원 관계자들의 인식은 한결같다.
“커피전문점 열풍이 불던 2000년 초반에는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진료과 한 두 개 정도는 우스울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 새 이름으로 달고 완전히 탈바꿈했던 K대병원 한 교수는 “개원 첫 해 병원 경영 상태를 진단하면서 병원 부대수익을 분석한 결과 소아과를 비롯해 3개과의 진료 수익 전부를 합쳐도 병원 커피숍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만큼 커피숍 열풍이 거세다는 것은 알았지만, 당시 병원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사이 프랜차이즈 시장에 올라온 병원 커피숍의 매물현황을 살펴보면 적게는 월 1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며 수익률은 병원 규모와 상관없이 평균 5~6%대에 형성돼 있었다.
지난 4월 매물로 올라 온 서울의 또 다른 K대병원 커피숍은 시장에 월 매출액 5000만원으로 보고됐으며, 인건비, 임대료 등 월 지출은 4100만원으로 순수익은 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S병원의 경우 38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커피숍이 지난 달 매물로 나왔다. 월 이익은 800만원, 수익률은 5.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원 환자 수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두 병원이지만, 이처럼 매출이 다른 것은 대형병원 내 커피숍이 이미 여러 군데로 분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잘 되는 병원에 위치한 곳의 경우 내원객 등 유동인구가 높아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높다”면서도 “다만 대형병원의 경우 같은 병원 내에서도 커피숍이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어 매출액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병원 규모, 매장의 위치와 상관없이 오히려 매출액 규모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J대 병원에 자리한 도넛 전문업체인 D사 매장의 경우 월 매출은 4000만원 정도로 이 회사 다른 매장과 비교했을 때도 상위권에 속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권리금’
병원 내 커피전문점이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지난 10년 사이 호황을 이뤘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병원 입장에서는 고객서비스 강화, 임대료 수익 확보 등 단순한 목적으로 가지고 출발했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투자자들의 각축전이 어느 사업보다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창업컨설팅 업체 한 관계자는 “병원 내 커피숍의 경우 다른 분야의 창업보다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권리금 역시 높게 형성되기 마련”이라며 “최소 1억원에서 잘 되는 곳의 경우에는 2억원 정도는 준비해야 자기 매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권리금 다툼 문제로 병원 입장에서는 자칫 뜻하지 않은 원내 소란도 불가피하게 감수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계약 방식 역시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개인 병원과 달리 공개입찰이 주를 이루는 대학병원에서 인맥에 의한 밀실계약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큰 탓이다. 실제로 창업투자자들은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해도 실상은 수의계약인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매장을 확보하려면 평소 관련 시설에 관심은 물론 인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커피숍을 운영 중인 A씨는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면서도 “병원 내에서 매장을 운영하면 직접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한 점, 안정적인 수익 등 장점만 부각되는 것 같아도 이 것 역시 사업”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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