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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선도하는 위풍당당 카리스마女
[ 2010년 10월 13일 21시 25분 ]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책상 위 깔끔한 플라스틱 팩에 한가득 담긴 블루베리를 두어 개씩 집어 먹는 모습은 흡사 ‘소녀’를 연상시킬 만큼 앳돼 보인다. 블루베리를 즐겨 먹느냐는 물음에 “환자가 주고 간 것”이라며 환히 웃는 박윤아 교수.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자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그의 모습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여성으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로봇수술을 시작해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박 교수의 거침없는 도전기를 전한다.

지난 6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로봇수술 500례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초정밀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S’를 가동한지 3년여 만에 이룩한 성과다.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로봇수술팀의 숨은 주역으로 외과 박윤아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병원에 해당 기기가 도입된 2007년 5월부터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평소 외과의로서의 손재주를 자부하는 그에게 로봇수술은 당연히 도전해내야 할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로봇수술은 기존 복강경에서 섬세함이 배가된 수술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술하는 방법도 복강경보다 쉬우면서 정확하죠. 어렵고 힘든 수술을 보다 쉽게 해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로봇수술 별 볼일 없다? 해보고 말하세요!”

로봇수술은 일단 집도의가 앉은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친 수술도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 섬세한 손놀림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의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에 비해 수술 시야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사람의 손목 각도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로봇팔을 이용해 무리 없이 시술할 수 있는 점은 로봇수술이 가진 강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로봇수술이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신의료기술 항목임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연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로봇수술을 받아야 할 당위성이 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전립선암수술 시 성기능 보존, 좁은 신체기관 특성상 시야확보가 관건인 직장암수술 등 몇몇 수술을 제외하고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뚜렷이 찾아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박윤아 교수는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날선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데, 한번이라도 로봇수술을 해보고 평하라고 권해주고 싶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에 굳이 로봇을 이용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대장항문쪽에서는 직장암 외에 대장암수술을 할 때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장 주위 혈관이 복잡하게 분포돼 있는 경우 로봇수술을 하면 출혈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박 교수는 “이따금 수술 부위를 봉합할 때 손보다 유용한 것이 로봇팔”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진행형’인 수술로봇의 발전상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신의료기술이 들어올 때마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로봇수술은 이게 끝이 아니고 앞으로 계속 발전할 거예요.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은 그쪽(로봇수술)으로 주도권이 옮겨갈 것을 확신합니다.”


“외과는 천직(天職) - 단 한 번도 후회해 본적 없어”

박윤아 교수는 의과대학에 진학할 때부터 외과의사를 꿈꿨다. 어려서부터 손뜨개와
십자수 등을 즐겨하면서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온 것이 외과를 지망한 계기라면 계기가 됐다. 연세의대를 수석 입학할 정도로 성적이 좋은 그가 ‘여성의 몸’으로 덥석 외과를 택하자 주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외과계열 수술 자체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기에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고.

그는 “아무래도 외과의사에게 요구되는 힘이라든가 결단력, 이런 요소들이 남성에게 적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요즘엔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여성 외과의사의 달라진 위상을 강조했다.

“영상기술의 발달로 예전에는 수술실에서 즉각적으로 결정하던 것들을 사전에 미리 수술계획을 세워 집도하는 경우가 많아졌잖아요. 힘을 필요로 하던 일들도 대부분 도구로 대체됐고. 여성이 외과의사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낫죠.(웃음)”

한번쯤은 외과를 택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런 질문에 박 교수는 “의사가 안 됐으면 안 됐지, 외과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후회도 해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확신은 환자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간혹 ‘젊은’ 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를 불신하는 환자가 있을 때 신뢰를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수술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한 환자당 40분 정도 상세히 수술 진행방식을 설명해줍니다. 자신감을 보여주면 환자도 느껴요. ‘아, 저 의사를 믿어볼만 하겠구나.’ 자신감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좋은 수술결과로 보답하는 겁니다.”

세부전공으로 대장항문외과를 택하고,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주야장천 달려온 박 교수는 덕분에(?) 아직 미혼이다. 좋은 인연이 닿으면 결혼할 생각이 있지만 ‘골드미스’라는 신분에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종양학에서도 면역 치료에 관심을 두고 내후년께에는 관련 국가로 연수도 다녀올 계획이란다. 로봇수술을 필두로 한 최소침습수술의 발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윤아 교수는 “싱글포트와 로봇을 접목하면 최소침습수술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며 “드라마틱한 수술결과를 지켜볼 수 있는 외과는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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