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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 먹기로 업그레이드 개원가
[ 2010년 10월 19일 03시 05분 ]
“옆 병원이 바꿨다면 우리 병원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버전만 업그레이드한 제품이 출시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의료기기를 교체하는 상황이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 지는 강남상권에서 안과를 개원하고 있는 A 원장의 푸념이지만 이는 비단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년 전부터 서울 개원가는 최신 의료기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몇 천 만원에서 몇 억씩 하는 의료기기는 물론, 대학병원 급에서 갖추고 있는 초고가 의료기기도 서슴없이 도입해 홈페이지와 트위터, 광고 등을 통해 선전하기 바쁘다.

실제 개원가에서 고가장비를 내세운 마케팅은 속도전을 더해 임상단계에 있는 기기도 선전하고 있는 등 무분별한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신제품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신 의료기기가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 정보와 기존 기기와의 차이점을 알려주거나 이를 홍보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성향을 가진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성향이 짙기 때문에 최신 의료기기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홈페이지 광고 위해 최첨단 기기 도입"
강남의 A안과 원장은 지난해 2억원이 넘은 최신 라식 수술기를 개비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 경쟁이 심화되면서 손익분기점은 커넝 대출금 이자를 갚는데도 힘겹다.

A 원장은 “지난해 여유자금과 은행 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아 최신 라식기계를 도입했지만 대출금을 다 갚기도 전에 이미 새 모델이 출시돼 구형이 됐다”면서 “소프트웨어를 조금만 업그레이드 시켜도 기존 모델명 뒤에 S와 I, Plus 등 모델명을 바꿔 내놓기 때문”이라고 불평했다.

그는 “1~2년 지나도 최신 기계인데 소비자들은 낙후된 기계로 인식하고 있어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요즘 환자들은 수술에 대한 설명보다 기계에 대한 설명을 더 원해 상담시간에도 기계설명을 자세히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라식수술 가격이 무한대로 떨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수술을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까마득 하다”고 한탄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최신 기계를 도입했지만 1년이 지나면서 새 모델들이 출시, 때 지난 장비가 돼 버린 것이다.

또한 환자들은 인터넷 카페와 가격비교 사이트 등을 통해 그들만의 정보 공유로 어느 병원에 최신 기계가 들어왔는지 알고 있다. 최신기계가 아니면 실력이 없는 병원이라는 인식과 안전성도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 업그레이드는 병원 유지를 위한 필수항목이 돼 버렸다.

B 원장은 “요즘 의료기기 장비 가격은 처음 개원할 당시의 몇 천만원대 수준과는 많이 다르다. 기본적인 진료 뿐만 아니라 라식이나 라섹, 백내장, 녹내장 등의 의료기기 값은 이미 억대를 훌쩍 넘어 대출을 받지 않고 서는 구입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욕심 낼 수밖에 없다"”
내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내시경만 해도 지속적으로 새 장비가 시판되고 있으며 캡슐 내시경 등 환자의 요구도 늘고있어 구색을 갖추기가 사실상 힘들다.

내과 진료영역을 최대한 활용해 진료를 하려고 치면 X-RAY와, 초음파, 내시경 등 원장 개인별 성향 차이는 있겠지만 적게는 8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 5000원까지 든다.
피부과는 예전 질환치료에서 피부케어로 대세가 바뀌면서 피부 관련 레이저기기들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 종류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살펴보면 엑시머 레이저와 멜티셀 레이저, 엘립스I2PL, 스펙트라 VRM-3, 로터스-2레이저, G-beam레이저, 테라피 레이저, 전신자외선 치료기, 국소 자외선치료기, 냉동치료기 등 기기만도 수십 가지다.

피부과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제모를 위한 레이저기기로 사양이 좋은 영구제모 기기는 1억5000만원 선이고 영구제모가 아닌 일시제모를 할 수 있는 레이저기기는 3000만원대로 그 차이가 5배를 넘는다.

안과는 자동굴절검사기 등의 기본적인 진료기기를 비롯해 각막절삭기인 라식, 라섹수술 장비는 2억원대에 달하며,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 장비는 8000만원에서 1억원이다.

이비인후과도 ENT유니트와 적외선치료기, 레이저, 청력검사기 등을 도입하면 6000만원에서 1억원이다.

병원 선택 가늠자 ‘의료기기’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개원한 B 원장은 “새로운 기기들이 출시되면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피부과에서는 새 기계로 받았는데 여기는 그거 없어요? 라고 환자들이 물어보면 브렌드의 차이이고 성능은 같은 제품이라고 설명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면서 “의료기기도 병원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A안과 원장은 “저수가 때문에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현상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식의 과다경쟁으로 덤핑이 늘면서 이것도 녹녹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의료기기 업그레이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이라고 한탄했다. 예전에 비해 기본 의료기기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며 가격 또한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으로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경쟁을 부추긴 것은 개원의들 스스로이다.

이와 관련, 개원닷컴 김종성 대표는 “개원 컨설팅을 하다보면 의사들 성향에 따라 의료기기에 욕심을 내는 분들이 있다. 그렇지만 꼭 최첨단 의료기기를 도입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환자들 수요와 의료기기 가격 등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실제 도입할 때는 무조건 신제품을 선호할 것이 아니라 치료에 꼭 필요한 것인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경기자 kimd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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