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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상 '페이스오프' 현실로
[ 2010년 10월 15일 22시 10분 ]
1997년 홍콩 느와르 액션영화의 거장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존 트라볼타, 니콜라스케이지가 주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페이스오프'. 스토리 전개나 풍성한 볼거리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의학자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전체 안면이식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면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에서만 보던 ‘페이스오프’ 첫 발 떼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0년 현재. 공상과학과도 같았던 전체 안면이식이 지난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의학계로부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오발에 의한 총격사건으로 안면 전체가 망가져 5년 넘게 고통 속에서 살던 스페인 한 30대 남성은, 영화처럼 완벽한지는 않지만 최소한 먹고, 말하고,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수술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발 데브론 대학병원에서 외과의사와 이식전문가 등 의료진 30명이 참여한 가운데 2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식 부위는 눈과 혀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로, 모두 기증자로부터 받은 것들이다.

당시 수술을 주도했던 존 페레 바렛 박사에 따르면, 수술은 기증자로부터 혈액을 유지한 채 제거된 피부 전체와 근육, 코, 입술, 입천장, 치아, 광대와 턱뼈를 환자의 혈관, 신경, 피부조직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얼굴구조 지탱을 위해 금속판이 사용됐다.

영화 속에서나 볼 법했던 장면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최근에는 좀 더 획기적인 방식의 수술법이 개발될 가능성도 보여 안면이식술의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지난 7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3차원 구조의 디자인 기법을 이용해 얼굴뼈를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세상에 나왔다. 고층 빌딩이나 자동차 부품 등을 설계할 때 이용되던 기술에 의학을 접목시킨 것이다.
특히 앞서 스페인에서 있었던 수술이 안면부의 필수기능에 불가피하게 장애가 남는 반면,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와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이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이러한 장애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연구진들은 “3차원 구조 디자인 기술을 응용해 손상된 얼굴뼈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법을 개발했다”면서 “먼저 환자 얼굴 전체에 대해 3차원 모델을 만들어 부서졌거나 없어진 뼈의 기본 형태를 디자인한 뒤, 환자 얼굴의 혈액 흐름, 씹는 힘, 세포 조직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환자에게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적합한 세부 구조를 재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가능성 보이는 한국 안면이식수술

해외에서 먼저 포문을 연 안면이식 수술, 국내의 경우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강남세브란스병원 홍종원 교수는 외상, 화상, 종양 등으로 얼굴의 많은 부분이 훼손된 환자의 안면기능을 재건하기 위해 안면이식수술을 신의료기술로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홍 교수는 “국내에도 외상과 화상, 종양 등에 의한 안면 결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이 있다”며 “기존 방법으로 얼굴을 재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청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신청은 아쉽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의료기술 인정을 위한 평가를 담당했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홍 교수의 신청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내놨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연구원측은 “세계적으로 성공사례가 드물고 각각의 수술도 사례별로 다양해 이를 평가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성형수술법으로 가능하다”면서 홍 교수의 신청을 반려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안면이식술을 향한 꿈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홍 교수는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안면이식과 관련해서는 학계에서 그동안 줄곧 연구가 진행돼 왔던 부분이고 술기 상으로는 국내의료진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혈관 등 비교적 두꺼운 편이어서 기존의 술기로도 이식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큼,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피부과, 감염내과, 혈액내과 등 관련 팀이 구성돼 손발을 맞춰나가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안면이식술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안면이식수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단 가장 큰 걸림돌은 안면이식에 필요한 장기기증자 확보 문제다. 아무래도 안면을 기증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정서상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안면이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기증자의 외모를 이식받는 환자가 그대로 닮을 것이란 부분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환자 본인의 골격에 맞춰 이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외관상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현행 장기기증이식법 상 안면기증의 경우 지정대상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장기적출 과정에서 다른 장기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홍종원 교수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장기적출 우선 순위에서 안면부가 가장 빠르다. 다른 부위에 비해 신경과 혈관이 살아있을 때 이식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장기이식법에 안면부도 포함시키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증자와 이식받을 환자가 나타나더라도 문제다. 신의료기술로 신청을 냈던 것도 안면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급여 인정이 어려워 비용 문제로 시술이 곧바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한 번에 수많은 전문의들이 투입돼 오랜 시간에 걸쳐 수술을 해야 하는 만큼 병원도 수익 면에서 달가워할 리가 없다는 점도 국내 안면이식술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나 홍 교수는 신의료기술 반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교수는 “연구에 있어 당장 임상에서의 적용은 힘들더라도 실험적 연구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오히려 보건의료연구원의 결정을 계기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완성도 높은 연구 결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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