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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한방진료처=국립 부산대한방병원
[ 2010년 10월 25일 03시 15분 ]
한의협 “부산대한방병원 독립 시급한 문제 아니다”

지난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2008년 3월 개원을 목표로 부산대학교에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를 결정했다.

당시 교육부인적자원부는 “이번 결정으로 한의학 인력양성 패러다임이 새롭게 구축될 것이며 한의학 전반에 걸쳐 발전과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최초의 국립 한의전 설립과 동시에 추진된 국립한방병원 설립은 이 같은 기대감 속에 한의학의 표준화, 세계화에 방점을 찍을 핵심기관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개원한 국립 1호 한방병원인 부산대한방병원은 이런 기대감을 무색케 했다. 부산대한방병원은 국립 1호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부산대병원 ‘한방진료처’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산대한방병원 독립법인화와 관련해 당사자인 부산대한방병원 측이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고 한의계 내부에서도 입장 차가 발생해 국립 1호 한방병원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대한방병원이 독립법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의계 인사들은 국립한방병원이 부산대병원 한방진료처로 편제된 것에 대해 “시설 건립에만 관심을 두는 바람에 그 누구도 운영과 관련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해 국립 1호 한방병원이 의대 부속병원 한방진료처라는 치욕의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독립법인화를 추진해 한의학의 표준화, 세계화라는 기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정부는 한방병원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부산대학교와 부산대병원 또한 결단을 통해 진료처로 남아있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독립법인화 시행을 주장하는 한의계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부산대 한의전 관계자는 “국립대 한의전, 한방병원 설립 첫 사례이기 때문에 한의계와 한방병원 측이 독립법인화 문제에 대해 간과한 점들이 많았다”며 “한의전 유치 당시 병원설립에 관한 의견을 해당 부처에 제출해 한방병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등 한의계 입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한방병원, 독립법인화 입장 미온적
총 공사비 225억원, 지하 2층, 지상 8층에 200병상을 갖춘 부산대한방병원은 지난 3월 첫 진료를 시작해 5월 정식 개원한 국내 최대 규모다.

병원의 독립법인화 문제와 관련해 부산대한방병원 측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부산대한방병원 측은 “그 문제와 관련해서 부산대, 부산대병원 측과 입장 조율이 되지 않아 당장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대의 한 관계자는 “국립대라는 특성상 총장이 법인 이사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법인 문제에 대해 누구든지 입장 밝히기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독립법인이 탄생한 다는 것은 운영에 관한 권리를 가지는 법적 인격체를 만드는 것인데 아직 의료계와 한의계가 동격이 될 수 없다는 병원 내부의 인식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상황을 전했다.

부산대한방병원 이원철 원장은 병원 개원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방병원은 지금 상태가 부산대병원 양의사들의 도움을 받기에 유리하다”면서 “국립대학은 공무원 체계이기 때문에 정부에 법률 제정을 요청하기도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또 “독립화에 필요한 여건을 갖춰가면서 법인화에 대한 법률 마련을 추진하는 것이 좋으며 부산대 내부의 입장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피력했다.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흑자를 낼 수 있는 경영 여건이 확보돼야 하며 현재 진료처로 돼있는 상황이 협진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간 부산대한방병원이 취해온 입장이다.

또 독립법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양질의 연구 인력을 양성할 수 있어 독립법인화가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또한 이런 부산대한방병원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김정곤 한의사협회 회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립법인화로 가야하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관련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병원 흑자를 통한 자체 운영이 가능한 상황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예산상 독립성 확보가 가능할 때 논의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당장 독립화 하자는 것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므로 자생력을 길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산대 내부 책임자들의 결단이 중요하며 한의협은 추후 이런 논의가 지지부진 할 때 뛰어드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 한의계 인사들이 부산대한방병원 독립법인화를 한의계 발전의 초석으로 생각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한방병원측과 한의협 측은 독립법인화 문제에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법인화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도 서로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교과부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병원을 독립시켜 정부 예산을 무조건 지원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한 곳 밖에 없는 병원을 위해서 관련법을 정부 입법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곤란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한의전 관계자는 “정부가 이만한 시설을 지었을 때는 일정 정도의 목표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운영에 관한 부분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의전 개설 당시 정부가 신청을 받아 부산대가 채택된 것이므로 부산대 스스로 운영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교과부가 직접 나서 정부 입법으로 국립대한방병원 설치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속병원 진료처로는 몇 년이 지나도 발전 가능성은 없으므로 최소한 예산권, 인사권을 부여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독립법인화는 형식상의 문제이므로 따로 떨어졌다고 협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법인화에 의지가 없는 것을 시인하는 것 밖에 안된다는 설명이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도 보장 안 되고 운영할 자신도 없는 병원을 왜 건립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한의학 발전을 위한 일말의 의지가 있다면 한방병원이 독자적 생존권을 가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지원, 육성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의약임상연구센터도 좌초 위기
국립 한방병원 설립과 함께 추진된 부산대 양산캠퍼스 내에 준공된 한의약임상연구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립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건립된 한의약임상연구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4716㎡(1429평) 규모로 50병상의 병동을 자체적으로 운용해 한의학 임상연구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연구센터 또한 국가연구기관이 아닌 부산대병원 부속기관으로 운영될 처지에 놓였다.

시설을 지원한 복지부 측은 “초기 시설과 관련한 지원을 복지부에서 관장하고 이후 운영에 관한 부분은 교과부에서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과부 측은 “시설은 병원 소속이므로 병원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교과부의 운영 및 지원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다. 운영 주체조차 모호한 주인 없는 임상연구센터가 건립된 것이다.

부산대 한의전 관계자는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대규모 임상센터가 아무런 목적 없이 무계획 하에 지어진 것”이라며 관련 부처의 무책임을 성토했다.

그는 이어 “현재 침·뜸,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한의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학교 측에서 예산을 지원하기 어려우면 정부에서 이런 부분의 정책과제라도 만들어 임상연구센터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부산대한방병원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이 어찌됐건 국내 1호 국립한방병원은 애초 ‘국립’이란 타이틀을 걸고 추진된 프로젝트 치고는 결과가 초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존 사립대에서 담당하던 임상중심 인력양성체계를 탈피해 새로운 인력양성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던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의지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의 “독립법인화 추진계획 전혀 없음”이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정부의 관련 법안 입법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한의계 전체가 합심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당분간 부산대한방병원은 부산대병원의 진료처 직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5년부터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경북대 등 4개 지방 국립대학 치과병원들이 독립법인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3년간의 노력 끝에 국립대 치과병원 설치법 및 시행령을 제정했으나 지금까지 독립법인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한의계 내부의 의견 조율조차 힘든 부산대한방병원 독립화는 요원한 일로 보인다.

부산대 한의전의 한 관계자는 “국립한방병원 본연의 목표가 상실된다면 여기 속한 구성원들은 물론, 한의계 전체, 나아가 앞으로 한의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부산대한방병원 독립법인화 문제는 독립화 이상의 파급력을 지녔으므로 정부의 조속한 입장정리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침·뜸 논란,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계와의 법적 다툼 등으로 한의학의 위기까지 언급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의계에 국립 부산대한방병원이 위기탈출의 돌파구가 될지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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