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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보다 배꼽 큰 로봇수술…병원들 고민 가중
[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
최근 몇 년간 국내 의료계의 대세는 ‘로봇수술’ 이었다. 폭발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2005년 세브란스병원이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한 로봇수술을 처음 도입한 이래 2010년 현재 30여 대가 운영 중에 있다.

국내 업체의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로보닥’도 국내 병원 9곳과 의과대학 1곳에 보급됐지만 사용 범위 등 효과와 인지도는 다빈치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

하지만 다빈치가 가진 고가의 비용 문제는 이를 도입한 의료기관에게 적지 않은 고민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이 다빈치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장비 구매 가격으로 약 25억원에서 3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대형병원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높은 가격이지만 더 큰 문제는 구입한 이후다. 다빈치는 유지보수 및 수술기구 등 소모품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다빈치를 이용해 로봇수술을 하려면 질환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수술기구를 로봇 팔에 장착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로봇 팔에 장착하는 수술기구의 사용은 최대 20회 정도로 제한돼 있다. 수술기구에 칩이 내장돼 있어 로봇 팔에 장착해 사용할 때마다 사용횟수를 자동적으로 인식하며, 만일 제한된 사용횟수를 넘기면 작동이 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현재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수술기구는 50여 종에 달한다.

각각의 수술기구 가격은 수십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장비를 한 번 사용할 때 마다 비용부담이 크다. 여기에 다빈치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유지보수 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도입 1년이 지난 후부터는 매달 150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유지보수 비용으로 일종의 보험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소모품 교체와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안하면 다빈치 장비 1대당 연간 총 유지비가 2억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게다가 의료진의 숙련도가 떨어질수록 수술기구 등 소모품 비용지출이 커지기 때문에 도입 초기 비용부담은 상당히 큰 편이다.

수지타산 맞출려면 1대당 수술 年 1000례 이상

이런 가운데 의료기관이 다빈치 시스템을 도입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간 수술건수가 1000례 이상이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루 평균 3건을 시행해야 가능한 수치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에서도 기존 비뇨기과 시술과 비교해 다빈치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병원 한 곳에서 1년에 최소한 520번 이상 수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빈치를 도입한 병원 가운데 연간 시술건수가 1000례를 넘는 병원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현재 로봇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질환은 전립선암과 갑상선암이다. 이들 수술의 경우 복강경이나 개복수술로 진행했을 경우 450만원, 250만원 내의 비용에서 해결될 수 있지만 로봇수술은 천 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산출된다.

하지만 의료기관으로서는 무작정 가격을 높일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의료진은 높은 가격 때문에 환자에게 수술을 권할 때도 조심스럽다. 전립선암의 경우 수술비용 가운데 건보 적용으로 본인부담금 5%만 부담해야 하지만,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비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로봇수술을 대체하는 기존 암 수술이 있어 건보 적용도 어렵다. 심평원 측은 “개복, 복강경 등 암수술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고, 로봇 수술은 보편화된 시술법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못한 것”이라며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때 업체의 신청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비급여 대상으로 판정 났다”고 전했다.

비용적인 부담 이외에도 다빈치 로봇수술에는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몇 가지 단점이나 제약이 따른다. 우선 로봇수술에 들어가기 전까지 상당한 준비 시간이 걸린다.

로봇 팔에 수술기구를 세팅하고, 환자의 수술부위에 맞춰 로봇 팔의 정확한 위치를 잡는 데 있어서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처음 다빈치를 도입해 수술을 할 때 로봇 팔의 정확한 위치를 잡는 데 무려 5시간이나 소요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긴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외에 공간이나 의료진 등의 비용은 아예 산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일부에서는 이 기계 한 대 유지를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병원이건 ‘명품 사넬백’ 돼서는 곤란”

로봇수술 시스템이 비용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술을 직접 시행하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이견이 크다. 로봇수술이 우리 병원에 갖춰져 있음으로써 얻어지는 반사이익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의료진은 적극적 도입과 사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다빈치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얻는 금전적 이익이 적다는 이유로 투자와 관심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봇수술 책임교수는 “금전의 투입비용과 결과에 따른 이익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며 “병원은 그 이상의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첨단 의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 홍보효과 외에도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면 답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 의료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보편화된 복강경 수술의 경우 처음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반대의견이 다수였다. 초기에는 개복수술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았다. 비록 작은 흉터라 할지라도 여러군데 자국이 남을 뿐 아니라 안전성도 담보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복강경수술 도입 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보편화된 수술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1987년 한 프랑스 의사가 복강경을 이용한 담낭절제술을 성공한 이래 그동안 연구와 발전을 거듭, 새로운 술기를 갖추고 적용범위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에서 로봇수술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우 위암센터장은 “현재 국내의 복강경수술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선도적 위치에 있다. 이를 배우기위한 해외 의료진의 왕래가 빈번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까지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우후죽순 고가의 로봇수술을 도입해 국부유출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로봇수술은 전세계 수술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의료진들의 열정이라면 10년이 지난후 이 분야에서 진두지휘하는 대한민국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목동병원 이동현 로봇수술센터장(비뇨기과)도 “우리 병원 역시 당장의 비용대비 효과를 논하진 않는다”며 “당장의 이익을 위해 높은 수술비용을 책정하기 보다는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수술이 갖는 의미에 대해 재단과 경영진 모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우선 임상 사례를 모집하고, 술기를 갖춰나가는데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5번째 많은 보유

국내에서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세브란스병원이다. 이 병원은 2005년 국내 처음으로 다빈치 시스템을 도입, 그해 7월 15일 첫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국내 독점 공급하고 있는 바이오로보틱스에 따르면 2009년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적 다빈치 시스템의 보급 대수는 총 1187대에 이른다. 국가별로 미국이 1,028대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이탈리아 45대, 독일과 프랑스 각각 33대, 한국 26대, 중국 15대, 일본 7대 등의 순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다빈치를 가장 많이 도입한 셈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다빈치 시스템 도입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현재 24개 병원에 29대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별로 보면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에 총 4대의 다빈치가 도입·운영되고 있으며, 다음으로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각각 2대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의료원, 한양대병원,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 경북대병원 등의 대학병원에서 각각 1대를 도입했다. 올해 새롭게 다빈치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병원도 2곳에 이른다.

지난해 4월 암센터 개원과 함께 다빈치를 도입한 삼성서울병원이 추가로 1대를 더 도입할 예정이며, 인제대 부산백병원도 다빈치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 도입되는 다빈치는 30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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