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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계 의사도 이젠 엄연한 전문분야"
[ 2010년 10월 29일 21시 43분 ]
“왜?”.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소위 ‘갑과 을’로 명명되는 제약사와 의사의 관계에서 ‘을’을 자청한 탓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뿌리 내려졌던 1995년 어느 날 9명의 의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 모두 제약사에 근무하던 의사로,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고자 ‘한국제약의사회’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논해도 될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 보건의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제약사에 진출하는 의사들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친목성격의 이 모임의 규모와 역량이 커진 것은 당연지사. 한국제약의학회로 명칭까지 바꾼 이 모임, 아니 단체의 회원 수는 150명을 육박하고 있다. 그 사이 “Why?”라는 질문은 “HOW?”로 바뀌어 있었다. 요즘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제약의사가 될 수 있는가?’란 질문 공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한국제약의학회 지동현 회장을 독대했다.

친목→학술→정책단체 위상 자리매김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제약의학회의 시발은 친목단체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만 해도 희소성으로 인해 이방인이었던 그들에게 서로 의지할 모임이 필요했을 터.

하지만 2년 후인 1997년 한국 최초의 제약의사 워크숍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학술단체로의 변모를 시도했다. 2000년에는 명칭도 제약의사회에서 제약의학회로 바꿨다.

이후 굵직 굵직한 학술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며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정부, 제약계, 학계와 함께 교류하는 명실상부한 학술단체로 거듭났다.

실제 지난 1999년 GCP(Good Clinical Practice) 워크숍을 개최하고 의약품 허가규정 개정작업에 참여하며 변방이었던 우리나라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가능케 하는 기반을 다졌다.

이 외에도 APEC Asia, ICPM(International Conference of Pharmaceutical Medicine) 등 큰 국제대회 유치에 일조하며 한국 제약산업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지동현 회장은 “의사들의 모임답게 그동안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술활동에 최선을 다했다”며 “현재까지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의학회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까지가 학술단체로써의 정체성 확립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정책단체로의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의약품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전문가 단체인 제약의학회가 참여,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동현 회장은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닌 객관적이며 논리에 입각한 정책참여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며 제약의학회의 로드맵을 밝혔다.

한국 임상시험 가능성 방점을 찍다

그런 측면에서 ‘DIA 2010 Korea Meeting'는 정책단체로의 위상 강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결정적인 계기로 평가된다.

DIA(Drug Information Association)는 산업, 학계,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약물개발 관련 단체.

세계 의약품 개발의 트렌드는 물론 각국 정부의 의약품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포럼이 국내에서 개최되기까지 제약의학회의 역할은 컸다.

제약의학회는 국가임상시험사업단과 함께 지난해부터 DIA 유치 계획을 수립, 십 수 차례 외국을 드나들며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유치전 초반 한국 임상시험 수준을 DIA 측 백안시 하는 탓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제약의학회는 포기하지 않았고,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 끝에 한국 유치에 성공했다.

지동현 회장은 “한국의 의술과 임상시험 수준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받기는 너무 어려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임상연구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들에게 한국의 뛰어난 글로벌 임상연구 능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IA 2010 Korea Meeting은 오는 11월 10~11일 부산 조선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Excellence in Global Clinical Development'란 주제로 열린다.

"의대 커리큘럼에서도 제약의학 만나요!"

제약의학회는 여느 단체 보다 ‘교육’의 가치를 높게 두고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이 발휘하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게 제약의학회의 판단이다.

즉, 제약의학이 의학의 한 전문분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의학 커리큘럼 상에 정규 학과로 채택되는 것.

제약의학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제약의학 관련 학과가 신설,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에 개설된 의약품산업의학 고위과정은 지금까지 제약의학의 지식과 기술에 대해 증대하는 학문적 욕구를 충족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경우 고위자과정이 아닌 정식 석사과정에 ‘제약의료산업학과’라는 이름의 학과로 만들어졌다.

이 학과는 의약품산업 연구/개발 및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 신설 됐으며 현재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제약의학회는 이 두 대학에 개설된 과정 모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규학과 신설을 저변화 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동현 회장은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제약의학을 전문 학문분야로 인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러한 인식이 점차 학계에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런 노력이 지속되고 저변화 성과가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제약의학 전문의 제도를 논할 날이 오지 않겠냐”고 뼈있는 웃음을 전했다.

한편 지동현 회장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소아과 전문의이며 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를, 모교인 고려대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바이엘코리아에서 제약 의학자로 첫 발을 내디딘 지 회장은 이후 파마시아 코리아를 거쳐 2003년 한국애보트에 입사, 현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8년에는 한국제약의학회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고, 오는 12월 2년의 임기가 끝난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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