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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환점 돈 경만호 회장과 의료계
[ 2010년 11월 01일 03시 23분 ]
[초점]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오늘(1일)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터닝포인트를 찍는다.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은 1년 6개월. 내년 후반기 간선제나 직선제로 치르는 차기 회장 선거에 여론이 집중되는 것을 고려하면, 주도권을 갖고 일할 시간은 1년 남짓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유효표 1만7920표 중 33.9%인 6081표를 얻어 당선됐다. '무공약'이라는 파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쳐 의료계 수장 자리를 꿰찼다. 의협 회장 당선의 1등 공신은 '정치력을 기대한 표심'이었다는데 이견은 없다. 그는 기자들과의 사석에서도 정치력에 자신감을 피력하곤 했다. 이러한 전략은 당시 의료계 정서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경 회장은 또 "국회의원 몇 명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며 "나라를 움직이는 제3의 조직까지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경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성과가 필요한 임기 하반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의협 한 관계자는 "집행부 내부적으로 연말까지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현 분위기를 전했다. 건강관리서비스 등 정부의 핵심 정책을 어떻게 교통정리하고, 견제세력으로 떠오른 전국의사총연합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경만호 회장이 성공한 의료계 수장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의협을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최대 시험대 '일차의료 활성화'

'일차의료 활성화'는 경만호 회장의 최대 숙제이자 시험대가 됐다. 이는 개원가 정서와도 일치한다. 의협 회무는 개원가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다. 어느 때보다 의협 집행부를 주시하는 시선도 날카롭다.

결국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반기 회무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의협 집행부는 1년 남짓 복지부와 일차의료 활성화를 논의했고, 최근 '전담의제 수용과 별도 수가'라는 가안을 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담의제는 곧 주치의제'라는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일부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와 '주고받는' 협상의 기본 공식을 유지하면서도 개원가 눈높이에 맞는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

회원들이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고민이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최근 정부 측에 이달까지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미 준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즉각 가동해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비대위가 실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회의에서 결정한 방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인 의협 집행부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원가의 기대와 불만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협은 별도 행동에 나섰다.

최근에는 단체접종 등으로 갈등을 겪은 한국건강관리협회를 의료법 위반·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개원가의 이익에 배치되는 곳은 불법 여부를 따져 강력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수가협상 결렬과 관련해 건보공단을 두 차례나 항의 방문한 것도 개원가 이익단체의 이미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책 향배 열쇠 쥔 대국회 활동

올해 상반기 의료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사안은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 입법 여부였다. 복지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추진을 못박았다.

두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매우 크다. 유사 의료기관 설립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협 집행부가 당초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정부는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고, 의료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은 '의료 민영화'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회로 향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일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고, 야당을 중심으로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는 듯하다.

의협 한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무엇을 얻고 정책을 추진하려면 결국 대국회 활동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만 국회와의 관계 회복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으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국정감사 몇 달 전부터 10여명 규모의 전단팀을 가동해 복지위뿐 아니라 타 상임위 의원실과의 스킨십을 늘려왔다. "얼굴 보기 어렵던 의협 직원들이 자주 보인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대국회 활동은 경만호 회장이 최대 장점으로 홍보한 정치력과 일맥상통한다.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 향배도 국회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세무검증제도, 의료계의 오랜 숙원인 의료분쟁법 등도 국회가 열쇠를 쥐고 있다. 쌍벌제 입법을 반대한 의원실이 한 곳도 없었다는 점도 대국회 활동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반면, 의료계의 정서와 배치되는 발언이나 정책을 제안한 의원실과의 관계설정이 집행부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전공의 진료참관을 문제 삼은 양승조 의원실이다.

개원가는 의협이 속 시원히 대응하길 원하지만, 정책 협조가 필수적인 집행부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침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사석에서 "솔직히 경만호 회장의 정치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국회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명확한 입장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의사총연합 견제…확실한 비교우위가 관건

전국의사총연합을 바라보는 의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 기능과 영향력을 평가 절하한다고 해도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전의총이 경만호 회장의 회무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황. 일례로 경 회장의 요양병원 건립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이에 경 회장은 지난 9월 '추석 맞이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감사 자료가 언론에 유출된 이후에도 내부자료가 계속적으로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며 "회무와 회계자료 유출, 고소 고발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뒷조사가 있었다. 심지어 미행까지 일삼는 것으로 보여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전의총을 겨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전의총은 개원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의협의 빈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언론을 통한 의견광고 등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의협 집행부가 의식할 수밖에 없는 단체로 성장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환규 전의총 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는 차기 의협회장 후보를 내겠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의원협회 역시 개원가의 이익을 대변하려면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제도권 단체로 성장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물론 전의총이 의료계 내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책임 있는 단체로서 가져야 할 정책적 비전은 부족한 편이다. 이익단체의 핵심 역량인 국회와의 관계가 전무하다는 점은 의협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전의총의 이러한 한계를 의협이 어떻게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느냐가 향후 영향력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의총은 현재 정책연구소 건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밖에 대법원의 간선제 판결, 건강보험 관련 헌법소원 결과 등도 경 회장의 회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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