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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번뇌 깊어지는 성상철 병원협회 회장
[ 2011년 10월 23일 21시 21분 ]
“창을 내고 싶다, 창을 내고 싶다, 이 나의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고모장지나 세살장지나 들장지나…(중략)…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서 나의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그리하여 가끔 가슴이 몹시 답답할 때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고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기록된 작자 미상의 시조다. 세상살이 고달픔과 번뇌에서 기인한 심정을 작가는 특유의 해학으로 풀어냈다.

아마도 최근 병원계 인사 중 이 시 구절에 가장 많은 여운을 남길 이는 바로 대한병원협회 성상철 회장이 아닐까?

성 회장은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교차출마를 놓고 혼탁 양상을 보였던 지난해 대한병원협회 회장 선거에 등장, 4명의 중소병원 측 후보들을 누르고 단박에 패권을 거머쥐었다.

당시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간극이 최고조에 달했던 만큼 성상철 회장은 ‘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하나된 병원협회’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성 회장의 ‘화합론’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휘둘림을 당한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수가협상이 결정타였다. 병원계를 대표해 협상에 나선 대한병원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막바지 제시한 1.9% 인상안까지 거부하며 유형별 단체 중 유일하게 결렬을 선언했다.

수가협상 결렬 직후 병협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에 반발, 의약분업 이후 11년 만에 궐기대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대정부를 상대로 강경 투쟁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병협 수장인 성상철 회장의 심기는 불편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일련의 상황이 본인의 의지와 엇박자로 돌아가고 있는 탓이다.

병협은 이번 수가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 ‘비현실적인 인상률’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내부 상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 년간 점철된 저수가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지난해 1% 인상에 그쳤던 병원계 입장에서는 올해 두 배에 가까운 1.9%를 고사할 이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협상 결렬에 이어 대정부 투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병협 내부의 완력 싸움에 의한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그 이면에 내년 회장 선거의 포석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결국 성상철 회장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성 회장 입장에서는 원만한 마무리를 원하겠지만 주변 상황이 녹록잖아 보인다.

격앙된 쪽에서는 ‘이 상태로는 힘들어 병원 운영을 못하겠다’고 하니 다독이며 중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류도, 동조도 하기 힘든 성상철 회장의 마음에 창(窓)이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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