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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직원들 낮잠 자는 날 기대한다"
[ 2010년 11월 10일 21시 49분 ]
보건사회부부터 국제협력관과 보건정책국장, 연금보험국장, 사회복지정책실장, 복지부 차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의료보험과 보건정책의 틀 만들기 중심에 서 있었던 송재성 前 심평원장. 지난 2월 돌연 34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영동대학교 총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최근 근황과 심평원 재직시설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영동생활 근황은 어떠한가?

지금 학교의 겉모습은 고요해 보이지만 저출산 영향으로 쓰나미를 맞아 위기 상황을 보내고 있다. 5년 내 저출산 쓰나미가 닥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은 10만명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정원이 졸업생보다 적은 역전현상이 생겨 많은 대학이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는 지난 10년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을 과잉 공급시킨 폐해이다.

국공립대학은 인위적으로 정원을 조정하고 통폐합 시키지만 사립대학은 정부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각 대학이 스스로 M&A, 정원축소 등을 감내해야 한다. 현재 영동대학교의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치열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랜 공직생활을 접고 총장직을 선택한 이유는?

공직의 틀 속에서만 청춘을 다 보낸 사람이라 '무슨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고민을 많이했다. 개인적인 소망이 후진 양성하는 것이었다. 생각만 갖고 있던 차에 영동대학교 설립자인 이사장의 간곡한 청이 몇 차례 있었고, 평소 꾼 꿈도 있어 대통령이 주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나는 당시 운명이라 생각하고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대학총장이 된 후 가장 중점을 두고 한 일은?

심평원이나 학교나 모두 경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특히 내가 할 일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기관을 발전시키는 역할이기 때문에 기본은 같다. 심평원은 전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역할이 중요했고 때문에 모든 심사를 과학적 근거를 두고 처리해야 했다. 무엇보다 경제나 사회, 정치와도 연관된 정책의 틀을 갖고 경영을 한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다.

대학은 현재 인구 쓰나미로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해 있어 근본이 있는 튼튼한 대학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난이도다. 내가 총장직을 맡은 것은 시대적 사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어떤 오너나 책임자가 자리를 주려고 만들겠나. 그 자리를 맡은 사람이 사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다.

심평원은 숙련된 훈련을 받은 1700명의 직원이 있어 방향을 정해주면 성취할 수 있었지만 대학교수들은 주관이 강하고 개선하는 것에 익숙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결집 시키고 위기의식을 공유, 선택적 전략에 전력투구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 심평원장 중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심평원이 그립지 않나?

심평원 직원들이 그립다. 재직 당시 직원들은 힘들었을 것이다. 심평원은 정부의 하수인이 아닌,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권을 가진 국가의 중요한 기관이며 갑과 을이 아닌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이며 그것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늘 강조했다.

때문에 주인의식을 많이 요구했고 복지부와의 관계정립과 시야를 넓혀 항상 발전할 것을 주문했다. 복지와 의료는 형평과 균형을 함께 가져야 효율도 있다. 보험료만 절약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장기적인 보험절감을 위해 원가가 절감되고 질 좋은 상품이 값싸게 나오면 보험재정은 저절로 줄어든다. 심평원이나 정부가 인위적인 규제방식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의료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제약회사와 의사는 갑과 을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가 되도록 만들라고 요구했다. 기존과 다른 생각으로 논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더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임기 중 가장 잘 했다고 자평하는 부분은?

보험료 절감 보다 약화사고를 막고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DUR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꼭 추진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아쉬운 점은?

DUR이 정착되면 종이 없는 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 한해 50억장 정도의 A4용지가 절약이 되니까 사회비용도 절감되고 국민들이 아주 편해진다. 심평원의 DB에 어떤 환자에게 무슨 약이 처방되는지 다 기록되니까 주민등록증만 보여주면 어느 약국에서든 약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종이 없는 처방시스템이며 미래에는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원격의료가 미래에는 불가피하다. 지금은 저항하는 사람이 있지만 현재 의료시스템은 변화할 것이다. 빅5처럼 환자를 많이 움직이게 하는 병원은 성공하지 못한다. 환자가 적게 움직이고 공급자가 많이 움직이는 시스템이 살아남을 것이다.

환자가 많이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은 저수가 저급여로 살아 남기위해 병원들이 환자의 동선을 길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서비스는 효율성이며 환자를 적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원격의료다. 병원들이 서로 공유하고 환자를 봐야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의료진이 한국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영상을 보고 진단을 내려 시스템을 입력하면 한국의 로봇이 작동해 수술을 받는 날이 온다면 환자가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또한 지방에 있는 환자들도 원거리 병원을 찾지 않아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그 기반은 심평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IPTV를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1년에 3~4만건의 진료비 확인신청이 들어온다. 환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심평원은 병원에 진료기록부를 복사해서 보내라고 한다. 이때 운반 과정에서 유실이 되면 개인정도가 유출 되는 것이다. 종이 없는 처방전, 원격의료서비스가 시행되면 이런 사고는 발생할 일이 없다.

심평원장이었을 때는 직원들이 심사할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검찰청 직원들이 낮잠 자는 사회가 된다면 그 때는 도둑이나 범죄자가 없는 사회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평원이 심사 기준을 오픈하고 사전심사를 통해 투명한 진료비 신청이 이뤄진다면 심평원 직원들이 할 일이 없지 않겠나.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심평원에서의 에피소드

심평원장으로 부임하고 왔는데 고객만족도가 70점대였다. 1년안에 80점대로 올리라고 지시했더니 직원들이 “원장님 저희는 안됩니다. 심사하고 삭감하고 실사하는 곳이라 절대로 80점대가 나올 수 없다”고 말을 하길래, 내가 “국민의 세금을 내는 국세청이 전 부처 중에 고객만족도가 1등이다. 세금을 내라고 징수하는 사람에게 왜 높은 점수를 줬겠느냐”고 말하고 자기 심사제를 도입해 사전심사를 시범운영 했다.

심사기준을 오픈하고 자신이 왜 깎이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니까 불만이 낮아졌다. 때문에 다음해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83점으로 올라와 부장을 실장으로 승진시킨 일이 있다.

정치입문을 위해 총장직을 택했다는 소문에 대해

무엇이 되기 위해서 사는 사람이 있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목표로 사는 사람이 있고 자기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산 적은 없다. 어떤 일을 해보고 싶어 산 것이다. 건강보험제도를 맡겨 주겠다고 해서, 욕심 때문에 복지부를 택한 것이다. 일을 쫓다보니 과장과 부장, 차관, 원장, 총장직을 하게됐다. 일만하고 한평생을 보낸 셈인데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근본이 튼튼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섣부른 꼼수를 부려봐야 인구폭탄 시대에 안된다. 경쟁력 없는 과는 과감하게 폐지하고 경쟁력 있는 과의 학생만 열심히 꿈을 꿀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위험 속에서도 좋은 대학을 만들면 지역사회도 발전할 것이다.
김도경기자 kimd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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