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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지방대병원 흉부외과 과장 하소연
[ 2010년 11월 12일 21시 30분 ]
어떤 불행한 일은 일이 터진 뒤 슬퍼하기보다 미연에 막아내는 게 좋다. 일이 터진 뒤 분노를 쏟아부을 대상을 찾아내 복수하는 것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책을 두텁게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일들이다.
흉부외과 100% 수가 인상이 오히려 '가난한' 흉부외과 의사들을 놀리고 있다.
당시에는 고마운 결정이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정부는 흉부외과의 수가를 100% 올려줬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하면 '위기의 흉부외과'가 살아날 수 있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복지부였다. 각 병원에 돌아간 인상 진료비는 총480여억원. 흉부외과 의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이 돈이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진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행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그런데 흉부외과 수가가 인상된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 하나, 둘, 셋, 넷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병원 경영진은 흉부외과가 만성적자라는 점, 다른 진료과와의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직도 전공의 월급을 한움큼도 올려주지 않은 국립대와 지방대병원 흉부외과에는 아예 레지던트들이 단 1분의 시선조차도 남기지 않는다. 더 서글픈 것은 흉부외과 수가가 인상된 이후 지방병원 교수 월급이 서울 대형병원의 레지던트보다 못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헛돈 쓴 것 아니냐'는 호된 꾸지람을 듣고서야 "당장 흉부외과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면 전공의 정원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병원들에게 겁을 주고 그래도 전공의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 병원이 있다면 일일이 찾아내 전공의 정원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게다.
그런데도 또 그런 병원이 나오면 다시 압박하는 무한대의 순환이 나을까, 아니면 흉부외과 의사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잘 돌보는 방법이 나을까. 답은 너무나 뻔한데 정부는 애써 다른 답을 찾고 있다. 안타깝다.
정부는 "이만큼 줬으니 왜 제대로 쓰지 않느냐"고 압박하는 데만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대로 1년이 더 흘렀을 경우 제2의 흉부외과 사태를 막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이 "제발 좀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내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1년이 넘도록 병원장에게 언성을 높여 따져 묻고, 채근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냉랭한 시선이었다. 예순이 다 된 내가 어떻게 된 것이 어린아이가 젖 달라고 보채듯 떼를 쓰고 있나. 왜 내가 낸 세금이 서울의 큰 병원 원장들의 배만 불리는 데 채워지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병원 원장들을, 그리고 이 정부를 원망했다.
흉부외과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 의지는 물론, 돈 안되고 힘드는 과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다보면 '해뜰날'이 올 것이라는 일종의 희망은 전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흉부외과 의사들을 더 자극해 또 다른 도발을 부를 수 있는 심리전 카드만 꺼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불평등이 깊어질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삶은 점점 더 괴리된다. 풍족한 사람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또는 부유한 교외 지역의 공립학교에) 보내고, 그 결과 도심 공립학교에는 대안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만 남는다"고 미국의 교육 양극화 실태를 묘사했다.
현재 한꺼풀씩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빅4' 병원으로 쏠리는 방식으로는 흉부외과 수가 인상의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게 뻔하다. 정의로운 건강보험수가 분배, 그런 건 그저 한여름밤의 꿈 같은 것일까.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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