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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장기이식, 인류 구원하는 길"
[ 2010년 11월 12일 21시 53분 ]
지난 7월 서울 잠실대교 위에서 30대 남성이 누군가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해줄 것을 호소하며 자살소동을 벌였던 일이 있다.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간이식이 필요했지만 기증자를 찾을 길이 없어 벌인 일이었다. 이 아들의 안타까운 효심은 장기 이식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환자의 절박한 상황을 일부나마 방증한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연간 1만5000여 명에 달하지만 실제로 시술이 이뤄지는 경우는 300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사람의 장기도 자동차의 부품처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날이 도래한다면 어떨까? 바로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무려 25년 동안이나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이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무균돼지를 활용, 이종 장기이식 역사를 쓰고 있는 세계적인 권위자 데이비드 쿠퍼(David K.C. Cooper) 박사. 그를 직접 만나 이종 장기이식의 실용화 가능성을 물었다.
이종 장기이식, 현주소를 진단해 달라
이종간 이식은 크게 세포와 장기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세포이식의 경우 거부반응이 적고 시술도 쉬운 편이어서 실용화 단계에 가까이 와 있다. 현재 각막이나 췌도, 도파민 등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다. 실제 췌도의 경우 최대 생존률이 1년, 각막 6개월 등 임상이 가능한 단계에 임박했다. 더욱이 세포이식은 실패하더라도 환자에게 위험이 적어, 빠른 발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이식은 아직 요원하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 산이었던 면역체계 극복은 이제 거의 넘었다. 이 산을 넘기 위해 무려 15여 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 혈액응고가 문제다. 이식술와 면역력은 완성단계다. 현재 이종 장기이식 학계는 면역력 다음 단계인 혈액응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혈액응고가 해결되면 다음 단계의 문제는 없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문제가 면역력이나 혈액응고 보다 심각할 수도, 미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연구자들 역시 또 다른 문제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
이종 장기이식 초기 모델을 예상한다면
현재로써 가장 유력한 방법은 뇌사자 장기가 나올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에게 우선 이종 장기를 이식한 후 동종 장기가 나올 때까지 생명을 연장시키는 쪽에서 상용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췌도의 경우 1년, 심장 8개월 등 생존율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가교 역할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추후 생존율에 따라 이종 장기이식만으로 치료의 종지부를 찍을 날이 오길 기대한다.
잘나가던 흉부외과 의사가 이종 장기이식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이식 기술은 갖춰져 있는데 장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들을 보며 대안을 생각했다. ‘자동차 부품처럼 사람의 장기도 교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닌 이식술을 하는 세계 모든 의사들의 고민일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며 힘들었던 점은
초창기 8분에 불과하던 이종 심장이식 생존기간이 이제 8개월로 늘어났다. 눈물겨운 성과이지만 이 결과물을 만드는데 무려 25년이 걸렸다. 예상했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20년 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이종 장기이식이 가져다 줄 인류의 생명연장의 꿈 때문이다.
한국의 이종 장기이식 수준을 평가하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이 분야게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더욱이 정부가 이종 장기이식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의 연구시설 등 인프라는 100%에 가깝다. 여기에 연구진들의 열정도 매우 높아 조만간 이종 장기이식 분야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종 장기이식 권위자 입장에서 줄기세포를 어떻게 보나
‘재생의학’이라는 분야는 공통점이 있지만 줄기세포는 이종 장기이식에 비해 훨씬 위험한 문제를 안고 있다. 얼마 전 줄기세포와 이종 장기이식의 가능성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격론 후 줄기세포 연구자가 내게 이종 장기이식을 연구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적이 있다. 아마도 줄기세포로 대체 장기를 만드는데는 100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이종 장기이식 예비 연구자를 위한 조언 부탁
세계적으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장기 절대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만약 이종 장기이식이 상용화 된다면 이는 의료의 새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보다 많은 의과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미래는 기다리는게 아니라 개척하는 것 아닌가.
※ 데이비드 쿠퍼 박사는
1939년 영국 출생으로, 런던의대를 졸업한 흉부외과 전문의다. 현재 피츠버그 대학에 재직중이다. 세계 최초로 이종이식 연구를 시작한 인물로, 이 분야에서 입지적인 성과를 내며 절대적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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