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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사랑한 산부인과 원장의 두번째 결실
[ 2010년 11월 16일 21시 40분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은혜산부인과는 이름 그대로 ‘은혜’가 넘치는 병원이다. 김애양(愛洋) 원장 스스로도 ‘사랑의 바다’란 이름처럼 은혜와 사랑을 구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솔직한 입담으로 이웃집 언니 같이 편안한 상담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환자들에게 ‘다른 의사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는, 문학을 사랑하는 여의사다. 몇 해 전 ‘초대’란 수필집을 낸 그가 최근 ‘의사로 산다는 것’을 출간,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수필가로 등단한 의사들의 모임인 의사수필가협회 총무, 강남구의사회 공보이사, 문학잡지 편집위원 등을 맡고 있는 그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의사이자 작가다.

김애양 원장이 이번에 출간한 ‘의사로 산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해 널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 24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이한 점은 작품 속 인물이 모두 의사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2년 여의 시간동안 작품을 준비하면서 원작을 몇 차례 읽는가 하면 원서를 직접 구입, 줄을 쳐가며 탐독했다.

원작의 감동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같은 책을 몇 차례 읽었음에도 아름다운 작품에 감동받아 매번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렇게 소녀다운 감성을 지닌 김 원장은 “책을 출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고의 고통’으로 출간된 책을 보면 다 내 자식 같다”며 아쉬운 점은 남지만 최선을 다했음을 피력했다.

이 책에 나온 작품으로는 레마르크의 ‘개선문’,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알베르 까뮈 ‘페스트’, 크로닌 ‘성채’, 솔제니친 ‘암병동’, 전광용 ‘꺼삐딴 리’,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 24편이다.

김 원장은 “의외로 고전에 의사가 직업인 인물들이 많이 있다”며 “부조리에 맞서서 맹렬하게 싸우는 의사, 사랑을 좇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의사, 나치를 피해 망명한 정의로운 의사 등 의사 주인공들의 사랑과 삶의 궤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비판하고 변호했다”고 소개했다.

줄거리와 감상문을 곁들여 누구나 읽기 쉽게 재해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고전을 통해 의사를 주인공으로 재편한 책은 처음이라는 것.

김 원장은 "24편 중에서 특히 크로닌의 ‘성채’를 멘토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한 젊은 의사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생활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의사인 덕분에 임상 체험을 생생하게 작품 속에서 그렸다.

그는 “순진무구하고도 정의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개업을 하면서 돈만 밝히는 의사로 한순간 망가지는 모습은 참으로 리얼했다”며 “우리 주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자화상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멘토로 삼고 싶은 진짜 이유는 ‘성공한 의사’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은 청년 의사인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고귀한 이상을 감동적인 스토리로 펼쳐 젊은 의학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그는 취지를 밝혔다.

“문학 보면, 환자 이해 폭 넓어진다”

“디지털 세대에 누가 고전을 읽겠어요? 그렇지만 문학 작품을 많이 읽으면 환자들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지요.”

김애양 원장은 독일 철학자의 말을 빌리면서 “의사들도 철학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면서 '의(醫) 철학'을 강조했다.

환자를 병자가 아닌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학적 지식을 넘어 환자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언변으로 환자들을 무장해제시킨다. 환자들은 그들만의 속 이야기를 김 원장 앞에서는 스스럼없이 꺼내놓는다.

그는 “우리 병원이 시설이 좋다거나, 최신식 의료기기가 많다거나 하진 않아도 환자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이유는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감 때문인 것 같다”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의 힘’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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