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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사, 환자, 법원 그리고 국회
[ 2010년 11월 23일 11시 00분 ]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대한민국 국민 8명 중 1명은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에 전국 법원이 받아들인 소송은 모두 635만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6배 증가했다. 그야말로 소송 공화국이다.
이렇게 많은 소송 중에 의사와 환자가 법정에 서는 일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단 환자와 의사뿐만 아니라 의사와 의사, 의사와 정부가 함께 법정에 서는 일도 많아졌다.
최근 기자는 자신을 의료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환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이 환자는 대학병원과 소속 의사를 상대로 의료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가족 중에 의사가 있다는 이 환자는 “가족들이 만류했음에도 소송에 뛰어들었다”면서 “끝까지 싸워서라도 꼭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상과실치사를 이유로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일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관련 카페들이 개설돼 있고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한다는 변호사들의 연락처가 넘쳐난다.
최근 한 지역 신문에는 대처만 잘 하면 대형병원을 상대로 한 의료소송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변호사 인터뷰 기사도 나왔다.
최근 법원의 판례들도 의료계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수술이나 치료 후 결과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자는 수술이나 치료 전에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된다. 설명의무, 주의의무 등을 다했다는 것과 시술에 있어 과실이 없었다는 것은 의료진이 입증하도록 하는 게 의료사고와 관련한 최근 판례의 동향이다.
진료기록부 조작 및 부실기록행위에 대해서도 검증을 통해 엄하게 벌하고 있다.
다만 악(惡)결과 자체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을 물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법원이 의료진 과실 입증에 중점을 두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앞서 언급했던 가족 중 의사가 있다는 제보자는 “가족 중에 의사가 있는데 의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기분은 어떤지 아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는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해 했지만 의료진 누구도 그에 대해 답하지 않더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취재 중 만났던 한 의사는 “결과만 잘못되면 무조건 소송하겠다는 환자들이 있는데 나쁜 결과가 곧 잘못된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자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정에 서는 일은 최후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원만한 합의가 최선이고 아무리 불리한 합의라도 소송보다는 좋다는 설명이다.
원만한 합의가 최선이라면 최선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 후 정기국회에서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할 법안 중 하나로 ‘의료분쟁조정법’을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답답함이 이번 국회에서는 해결될 수 있을지. 소송 많은 나라라고 지적하지만 말고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길부터 열어주는 것이 지혜 아닐까.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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