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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사 양측 모두 시큰둥 '저축 휴가제'
[ 2010년 11월 23일 21시 43분 ]
정부가 몰아서 일하고 한꺼번에 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근로제도를 내놨지만 정작 병원 노사 모두 마뜩잖은 기색이 역력하다.
사(使) 측인 병원들은 “인력 운용의 어려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고 노(勞) 측인 노조는 “병원만 좋은 일 시키는 제도”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와 탄력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는 초과근로나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를 근로시간으로 환산해 저축한 뒤 필요할 때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
근로자는 저축한 근로시간이 없어도 미리 휴가를 사용하고 나중에 초과근로로 보충할 수 있다.
병원 노사가 서면합의로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운영방법은 병원 실정에 맞춰 설계할 수 있다.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시간을 집중하고 업무량이 적을 때 휴일을 늘릴 수 있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운영할 수 있는 단위기간도 2주나 3개월에서 1개월이나 1년으로 각각 늘어난다.
개정안은 또 1년간 전체 근로일수의 80% 미만으로 출근한 근로자도 1개월 개근하면 연차휴가 하루를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합리적 활용을 통해 생산성 제고 및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기치로 내건 고용노동부의 기대와는 달리 병원계 노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병원들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인력 운용이 퍽퍽한 병원 상황을 감안할 때 결코 달갑지 않은 제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의 경우 제도 시행 자체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병원계는 시행할 처지가 못된다”며 “필수유지업무 사업장과 같이 제도의 예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노인요양병원 원장은 “지금도 대체인력이 없어 휴가를 못내는 직원들이 있는데 십 수일 휴가를 몰아서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이러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조만간 고용노동부에 병원계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병원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이번 개정안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근로소득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실시될 경우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 시달리더라도 연장근로 수당은 한 푼도 받을 수 없게될 것이란게 이들 노조의 판단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초과근로를 시키고도 할증임금을 주지 않거나 근무량이 적을 때 휴가를 쓰도록 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근로시간저축휴가제 실시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제도는 실효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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