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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인문학 중요성 부각 속 의사 수필가 역할
[ 2010년 11월 28일 21시 45분 ]
지난 2008년 6월 창립한 한국의사수필가협회(회장 맹광호)가 최근 ‘아픈 환자, 외로운 의사’란 제목으로 두 번째 창간 작품집을 발표했다.
협회는 국내 수필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의사 40여 명이 모여 만든 문학동인 모임이다. 지난해 ‘너 의사 맞아?’로 첫 작품집을 출간한 데 이어 두 번째 결실을 내놓고, 27일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사진]
“의과대학에 인문학 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의학의 과학적 한계에 대한 반성과 상담을 통해 환자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올바른 소통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일이다.”
협회 맹광호 회장은 출판기념회에서 “지난번에는 출판 기념회를 갖지 않고 책을 출간했는데, 이번에는 많은 의사가 참여했고 좋은 내용의 글을 널리 알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기념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픈 환자, 외로운 의사’ 책에는 맹광호 회장을 비롯해 30여 명의 의사들이 진료를 하면서 느낀 여려가지 환자와의 경험 등을 담은 60여 편의 인간미 넘치는 글들이 수록돼 있다.
한양대의료원을 정년퇴임하고 현재 서울송도병원 성인병클리닉 원장으로 있는 이방헌 원장은 ‘아픈 환자, 외로운 의사’ 편에서 환자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마음의 병이 누꿈해진 경험을 털어놨다.
이 원장은 “경험이나 실력과 상관없이 외로움은 슬며시 창가로 스며든다. 병이 완쾌되지 않거나 여러 검사를 해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때, 어쩔 수 없는 죽음을 겪어야 할 때 길을 잃은 듯 막막하고 울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간호사가 문을 열고 환자를 봐달라며 진료실로 들여보냈다. 대뜸 환자는 자기가 무슨 병인지도 모르겠는데 여기저기 아파 약, 한약 등 안 써본 약이 없고 안 다녀본 병원이 없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그래도 아주머니는 아픈 걸 털어놓을 의사라도 있으니 우리 같은 의사는 외롭고 아파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놀라며 “의사가 무슨 걱정이 있다고? 하긴 의사도 아픈 사람만 만나니 오죽하겠어요? 선생님도 참 안됐네요”라며 오히려 의사를 위로할 태세였다.
“슬플 때 위로가 되는 것은 남의 슬픔이요, 아플 때 위로가 되는 것은 남의 아픔”이라고 밝힌 이 원장은 “아픔과 외로움은 전염되다가도 털어놓고 나눠가지면 사그라지기도 하는 이상한 감정”이라며 “그래서 아픈 사람은 남이 자기와 똑같이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병세가 좀 나아지나 보다”고 했다.
이 원장은 “그녀가 의사인 나를 오히려 동정하려 든다. 그녀의 눈빛에 나의 눈이 마주치자 먹먹했던 내 가슴속이 사르르 풀린다. 불현듯 그녀에게 살며시 기대고 싶어진다”며 “마음속 남아 있던 그녀의 알싸한 쓴 맛도 없어지고 나의 아린 맛도 사라져 버린 진료실”이라고 경험을 소개했다.
맹광호 회장은 “협회의 창립은 최근 의학교육계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며 “협회 설립 목적 중의 하나가 바로 의학과, 의료, 그리고 환자 진료와 관련한 좋은 수필쓰기를 통해 동료 의사들의 인성계발과 의사-환자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진료실 안팎에서 의사들이 경험하는 얘기들이 사람들에게 남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맹 회장은 “이 책은 우리나라 의과대학생들과 동료 의사들에게 하나의 인문서로, 일반인들에게는 의사와 환자, 건강과 관련한 흥미 있는 교양서로 사랑받게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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