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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이어온 '난지도 슈바이처'
[ 2010년 12월 15일 09시 00분 ]
벌써 30년이 넘었다.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던 난지도에 의료봉사를 시작한 지도 까마득하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그 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김창환 교수의 이야기다. 난지도는 서울시 마포구 한강 하류에 발달한 범람원이다. 1977년 제방이 만들어진 후 한동안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됐으나 1993년 2월 완전히 폐쇄, 이후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창환 교수는 난지도의 변화된 모습을 영상처럼 담고 있었다. 지난해 9월 김 교수는 33년의 의대 교수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했다. 어느덧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명예교수로 여전히 경희의료원에서 ‘침통’을 든 그는 ‘난지도의 슈바이처’다.

"슈바이처 사명, 내가 곧 주치의"

김창환 교수는 1970년대 후반 봉사활동으로 처음 난지도에 발을 디뎠다. 헌 종이, 빈 병 따위를 모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넝마주의’들을 보고 그는 ‘측은지심’이 일었다.

“난지도에서 생활하는 넝마주의들 생활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예요. 한 번에 끝날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죠. 인생 막장까지 간 사람들을 보니 ‘측은지심’이 생기더라구요.”

슈바이처가 자선병원을 설립한 아프리카 가봉의 도시 ‘랑바레네’를 발견한 것처럼 오랫동안 꿈꿨던 의료 봉사를 시작하기에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냉대’가 김 교수에게는 ‘오기’로 작용한 모양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여느 의료봉사와 달리 매주 토요일마다 지속적으로 난지도를 방문한 지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다.

“보통 의료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난지도에 매주 찾아가게 됐어요. 서서히 경계를 풀고 커피, 구두 등 선물을 하나씩 갖고 찾아오기 시작했죠. 이제는 너무 반가워해 주고 함께 여기서 살자고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들의 주치의가 된 김창환 교수. 그는 봉사 초기 난지도의 생활을 전했다. “쓰레기 매립지에 파리떼가 너무 많아 웬만한 소독제로는 어림도 없었어요. 소형 비행기로 소독을 한 후에야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파리가 엄청 많았지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어릴 때 진료 받던 꼬마가 훌쩍 커 봉사를 돕겠다고 나설 때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린이가 중고등학생이 돼 봉사를 도와주러 온 친구들도 있어요.” 김 교수는 그때의 일들을 회상하며 인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퇴임 후 달라진 것은 없다”

정년 퇴임을 했지만 여전히 의료원 내에서는 환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진료에 여념이 없다.

“토요일에 사람이 더 많아요. 한방은 환자 한명, 한명 모두 끝까지 봐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만큼 보람도 크지요. 난지도에서도 환자 모두 끝까지 진료해 줘 시간은 걸리지만 교감은 더 커요.”

그는 "의료봉사를 위해 난지도에 가는 횟수는 퇴임 후에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희 한의대 학생들과 함께 난지도 봉사팀을 꾸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거의 매주 찾아간다는 것.

지금은 생태공원 옆 영구 임대아파트 등에서 의료봉사 겸 진료를 보고 있다. “지금은 난지도 인근에 정부가 제공한 영구 임대 아파트 등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어요. 개인에게 지급된 전동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많은 곳이예요.”

최근에는 해외로 의료봉사를 못나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일년에 3000만원 정도 자비로 모스크바, 카자흐스탄, 베트남, 필리핀 등을 갔었는데, 퇴임하고 몇해전부터 해외를 못가는데 그 점이 많이 아쉽네요.”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난지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난지도에 생활하고 있는 분들 속사정을 다 알게 됐어요. 작은 도움이 그들에겐 크게 다가와 더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죠.”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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