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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愛國) 의사 방점 찍은 예방의학 거성
[ 2010년 12월 15일 21시 37분 ]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평범한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무릇 ‘의사(醫師)’라 함은 질병 치유를 최우선 가치에 놓기 십상이지만 그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에게는 개개인의 환자를 보살피는 것 만으로는 성이 차질 않았다. 유년시절 의료혜택의 목마름을 목도한 그였기에 국민 모두가 언제든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이 늘 그를 지배했다. 그랬다. 국내 예방의학의 거목인 양재모 박사(91. 연세의대 명예교수)는 평생 국민들의 건강증진 사업에 일신을 바쳤다.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재필의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양재모 박사. 그의 선 굵은 인생 역정을 되짚어 봤다.[편집자주]

일각에서는 ‘양재모 박사가 뜻을 세우면 뭐든 이뤄진다’고 쉬 말하지만 이는 모두 불굴의 의지와 열정, 노력의 결과물이다.

사실 양재모 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성공했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어 온 것은 아니다.

경상북도 상주 출생인 양 박사는 유년시절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탓에 수 차례 학업의 위기를 맞았다.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진학도 적잖은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형님 도움으로 고등학교까지는 마쳤지만 대학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창시절 우수상을 휩쓸 정도로 학업에 탁월했던 그였기에 현실의 막막함은 더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양 박사는 인생의 궤도를 대폭 수정, 먼저 돈을 벌고 학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금융조합 서기로 입사, 6년이란 세월동안 충실히 학자금을 마련했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그의 인생 첫 번째 성공이기도 했다.

양재모 박사의 두 번째 성공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뤄진다. 해방 후 신탁통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양 박사는 고려대학교 이철승 박사와 함께 반탁 전국학생총연맹을 결성, ‘자주(自主) 대한민국’을 외쳤고, 결실을 맺는데 성공했다.

국내 예방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것 역시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이다. 예방의학의 개념 조차 정립되지 않았을 당시 양재모 박사는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예방의학교실을 설립, 학문을 정립시켰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현재 의료의 패러다임이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혜안(慧眼)이 어느정도였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개개인의 치유보다 국민건강을 염려한 그의 인생관은 현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의 초석이 된다.

1961년 5월 15일 양재모 박사는 모든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도입과 관련한 보고서를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그러나 익일 ‘5.16 군사혁명’이 발생, 그의 원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훗날 양 박사의 후학인 김한중 연세대학교 총장과 유승흠 교수 등이 건강보험제도 도입의 기틀을 마련, 전국민 의료보험은 현실화 됐다.

양재모 박사를 논(論)함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게 바로 ‘가족계획사업’이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란 구호로 널리 알려진 가족계획사업의 창시자가 바로 양재모 박사다.

‘과출산’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절실했던 당시 양 박사는 기획 단계부터 진행까지 가족계획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사회적 시름을 더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가족계획사업의 성공은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을 만큼 확실한 효과를 거뒀으며 훗날 양 박사가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국제가족계획협회를 이끄는 동안 양재모 박사가 유치한 해외원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협회로부터 국내 가족계획사업 진행을 위해 지원 받은 랜드로버 지프 200대를 비롯해 총 1억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1200억원의 원조 유치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모교인 연세대학교에도 차이나 메디컬 보드에서 600억원을 유치하는 등 학교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대한민국 근대 역사와 함께 국민건강증진에 사력을 다한 그는 최근 애국의사의 상징인 ‘서재필의학상’을 수상하며 인생의 방점을 찍었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양재모 박사는 “미천한 제게 이런 큰 상을 주심을 감사한다”고 몸을 낮추며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을 신념으로 살아온 인생에 애국이란 영예를 받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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