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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가득 '어린이집 주치의제' 유명무실
[ 2010년 12월 19일 21시 47분 ]
“주치의가 있으면 뭐하나?”, “경제적 이익은 적고 부담은 크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어린이집 주치의 제도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학부모, 의사 등 이해 당사자 모두 불만만 가득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보육료는 획기적으로 내리고 서비스는 국공립 수준으로 강화한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 등이 자녀를 보다 좋은 보육시설에 보내기 위해 2년 이상 대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고안해낸 사업.

한 달 보육료가 17만원 대로 민간보다 6만원 이상 싸고, 무엇보다 보육서비스가 월등히 향상돼 학부모들의 희망사항을 대부분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질의 보육서비스 일환으로 도입한 주치의 제도 만큼은 학부모를 비롯한 어린이집, 의사 등 당사자 모두 냉담한 반응 일색이다.

당초 주치의 제도는 학부모에겐 안도감을, 어린이집 운영자에겐 경쟁력을, 의사에겐 단골 환자를 안겨주는 매우 고무적인 제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실상은 어린이집 운영자들과 학부모, 의원들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불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주치의 협정을 맺는 모든 과정이 어린이집 운영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의원과 주치의 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주치의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지원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형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주치의들이 협약을 깰까봐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동대문구 A 어린이집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동네 병원은 우리가 아니더라도 환자로 붐벼 주치의 협약을 맺기가 어렵다”며 “이것 저것 부탁하면 협약을 깰까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주치의 활동 요구를 당당하게 할 수 없다는게 어린이집 운영진의 공통된 불만이다.

어린이집 운영자들만 불편한 것은 아니다. 주치의 협약을 맺은 의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토로한다.

인터뷰에 응했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얻는 것 없고 의무만 늘어나는 주치의 협약’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이 종합병원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는데다, 어린이가 어릴 적부터 다니던 동네 의원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주치의 협약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

특히 대부분의 의원들이 주치의 협약 상태에서 만약의 사고가 생길 경우, 책임만 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컸다.

동대문구 J 소아과 의원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선 책임만 늘어나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동네 장사인데 어쩌다 사고라도 나면 문 닫는 건 시간문제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강서구 J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서류 상 여러 의무사항이 있지만, 어떤 병원이 진료 시간에 병원을 비우고 어린이집을 찾아가겠냐”며 “건강검진 기본법이 출장검진도 금지하고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성토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의 주치의 제도에 대해 학부모 또한 불만이 많았다.

내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주치의가 있다는 사실이 어린이집 입학 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정작 입학 후 주치의의 존재에 대해 잊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었다.

서울형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주치의를 찾아간 적이 없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어린이집에 챙겨 보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주치의가 어린이집을 방문해 건강 교육을 해주거나 예방접종이라도 시켜주는 줄 알았는데, 급할 때 찾아가는 응급실 수준이었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 역시 어린이집 주치의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치의제에 대해 여러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인력이 넉넉지 않아 장기적으로 여러 관계자들과 협조해가며 진행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조비를 지급하고 타이틀을 얻는 인센티브가 있는 만큼, 어린이집 운영자의 책임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일부 책임을 전가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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