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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상식(常識)을 상실(喪失)한 의사단체
[ 2010년 12월 19일 21시 56분 ]
대한민국 1%의 수재들이 몰리는 곳이 의과대학이다. 이공계 황폐화의 주범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이 꼽힐 정도였다.
현재 의료계는 한국 최고의 두뇌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 의료계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외부의 시선은 그렇다.
그러나 의사단체가 최근에 보인 행태는 이런 찬사와 관심을 무색게 한다. 문제 해결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화, 지독한 배타성, 비방과 욕설이 난무할 뿐이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의 거취를 놓고 벌어진 일련의 갈등이 확실한 증거물이다.
지난 18일 부산에서 발생한 경만호 회장과 전국의사총연합의 갈등은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의사단체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부산 시민이 이를 똑똑히 목격했다.
회원과 대화하겠다는 장소에 등장한 것은 소통이 아니라 하키 스틱과 날계란 세례였다. 떼거리로 몰려와 도로를 점거했다.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영문도 모른 채 차 안에서 활극을 지켜봐야 했던 시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민폐를 사과하지 않았다. 일부는 가슴이 후련했을지 몰라도 난데없는 교통체증을 겪은 시민들은 짜증이 앞섰을 것이다.
공식석상에서 등장한 성희롱성 발언은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전의총 소속임을 밝힌 한 젊은 의사는 간담회 자리에서 절규하듯 말하더니 "아침마다 X도 잘 선다"고 비아냥거렸다.
남성 성기를 빗댄 발언으로 명백한 성희롱이다. 그 자리에는 의사회 여성 임원진과 기자들도 동석했다. 참석자 일부는 얼굴을 찌푸렸다.
참신함과 개혁성을 내세운 전의총에 어울리는 발언인지 의문이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적 명분은 그 어디서 찾아보기 어렵다.
경 회장의 거취 논란은 쌍벌제로 내재된 불만이 오바마 건배사로 촉발됐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배적인 정서다.
제기된 각종 의혹과 의료 현안을 설명하겠다던 경 회장의 매끄럽지 못한 처신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경우야 어떻든 문제의 발단은 경 회장 자신이다. 결자해지 몫도 그러고 보면 경만호 회장 자신에게 남겨진 숙제다.
실제로 경 회장은 예민한 질문에 자주 흥분한 모습을 보여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가증스럽다'고 말하는 등 논란을 키웠다. 인내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군림하는 회장의 모습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의료계를 지배하는 것은 증오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의사단체의 문제 해결 방식에 전문성이 결핍됐다는 점이다. 소통없는 갈등과 대립의 굴레가 반복되는 막장드라마 속에서 대한민국 의료계 위상은 속절없이 내리막 길을 치닫고 있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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