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10월15일thu
로그인 | 회원가입
OFF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의사밴드 Adagio 홍대클럽 무대 서다
[ 2010년 12월 30일 02시 11분 ]
‘삐~~익’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십 수 초간 이어진다. 허둥지둥 스피커 음량을 줄여 날카로운 굉음을 잠재운다. 간신히 하울링(howling)을 잡고 한 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엠프에 연결된 악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객석에서 무대를 주시하던 백 여명의 관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불과 5분 남짓한 시간, 이미 멤버들의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들이 결성한 초짜밴드 ‘아다지오(Adagio)’. 그들의 홍대클럽 공연 처녀출전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학술대회에서 조우

영화 ‘즐거운 인생’의 영향 탓일까.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의 밴드 결성이 붐을 이룬지 수 년이 흐르면서 엄연히 여가생활 저변화 반열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밴드를 결성, 공연을 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방송을 타며 또 한 번 중년 남성 밴드에 관심이 쏠렸다.

밴드 ‘아다지오’의 탄생도 이 무렵이다. 외형상으로는 일반 중년 남성 밴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꽤나 흥미롭다.

우선 ‘아다지오’의 멤버는 ‘암(癌)’을 치료하는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 구성돼 있다. 그것도 동일 병원이 아닌 각각 다른 곳에 적(籍)을 두고 있다.

바쁜 대학병원 교수라는 직업에, 직장까지 다른 만큼 한 번 모이기도 쉽지 않은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바로 암(癌) 치료의 최신지견을 공유하기 위한 학술행사 자리에서다.

학창시절부터 ‘산울림’ 밴드의 매력에 빠져 음악을 시작했던 단국대학교병원 최상규 교수가 지난 방사선종양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숨겨놨던 기타 솜씨를 선보인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의 공연에 매료된 타 병원 교수들이 밴드 결성을 제안했고, 지난 8월 첫 합주에 들어갔다.

‘아다지오’, 우리에게 ‘딱!’

하지만 ‘합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실력은 형편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상규 교수와 그의 스승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오도훈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악기 한 번 다뤄보지 않은 말 그대로 생초짜였기 때문.

물론 이들은 첫 합주를 위해 각자 드럼, 기타 학원에 등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지만 여러 악기와 화음을 맞추기는 역부족이었다.

여느 직장인 밴드처럼 일주일에 3~4번 합주 연습을 해도 부족할 판이었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합주도 여의치 않았다.

최상규 교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처음에는 ‘밴드 맞아?’라는 자문이 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어요. 악기마다 완전 따로국밥이었죠.(웃음) 하지만 그 불협화음 마저도 재미 있었습니다.”

“어차피 초보들이 모인 만큼 급하지 않게 천천히 나가자는 의미에서 밴드 이름도 ‘아다지오’라고 지은거에요.”

이런 그들에게 예기치 않은 소식이 날아왔다. ‘산울림’ 팬카페 내 밴드들의 합동 공연에 ‘아다지오’의 출연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다. 멤버들은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스스로의 실력을 잘 알기에, 결성 한 달 남짓 된 신생밴드 멤버들은 출연을 고사했다.

하지만 최상규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밴드 결성 목적이 ‘음악을 더 사랑하기 위함’이었던 만큼 실수나 창피함은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실력 좋은 밴드들과 부대끼며 진일보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멤버들을 설득했고, 결국 초짜 밴드 ‘아다지오’는 첫 공연을 결정지었다.

“걱정, 아니 두려움이 맞는 표현이겠네요. 막상 공연 참가를 결정해 놓고 보니 막막함이 밀려왔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지옥과 천국을 오가다

드디어 공연일(11월 21일). 총 8개 밴드가 참가하는 이번 합동공연에서 ‘아다지오’는 세 번째 순서에 배정됐다. 그러나 두 번째 밴드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팀인 탓에 아다지오 멤버들의 부담은 100배였다.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두 번째 팀 공연이 끝나고 아다지오의 차례. 첫 무대에 나서는 멤버들의 긴장감은 의대시절 첫 해부학 실습장에 들어갈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심장은 ‘쿵쾅! 쿵쾅!’ 요동쳤고, 정신은 혼미해졌으며, 온몸은 바들바들 떨렸다.

어렵사리 올라간 무대. 악기를 세팅하는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삐~익’하는 굉음이 나왔다. 바로 하울링(howling)이었다.

하울링은 스피커에서 나온 음향이 다시 마이크로 피드백되면서 ‘삐~익’하고 나오는 큰 소리의 소음을 말한다.

밴드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경험하게 되는 현상이지만 무대 위에서, 그것도 첫 공연에서 하울링이 발생하다보니 멤버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최상규 교수가 재빨리 볼륨을 줄여 하울링을 잡았지만 이번에는 스피커에서 악기소리가 나지 않았다. 음향기기와 한참을 씨름한 후에야 세팅이 완료됐고 아다지오의 첫 연주가 시작됐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감미로운 산울림의 음악 4곡이 이어졌다. 다행히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없었다.

“무슨 정신으로 공연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마지막 곡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서야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옥과 천국을 오고간 기분이었어요.”

진땀 속 공연을 무사히 마친 ‘아다지오’. 첫 공연의 성공에 탄력을 받은 이들은 내친김에 내년 초 단독공연을 추진키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일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암 환자들을 위한 공연도 계획중이다. 단 그 시점은 환자들에게 불협화음의 고통이 아닌 마음의 평안을 찾아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갖춘 후라고….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명지병원, 故 이건희 회장 주치의 이강우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영입
대전성모병원 김동기·이동창 교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최우수 구연상·최우수 포스터상
조재우 교수(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대한골절학회 최다논문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백현욱·의무이사 오동호·정보통신이사 유소영外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 김성진·부위원장 이준희·장춘곤 外
배기수 교수(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제100회 어린이날 옥조근정훈장
이병훈·심재앙 교수팀(길병원 정형외과), 대한골절학회 올해 우수 구연상
남가은 교수(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한국여자의사회 제4회 젊은의학자 학술상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김성중(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최정웅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 이사장, 아동보호사업 기금 4000만원
김영주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제13회 한독여의사학술대상
박찬흠 교수(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상
조수진 교수(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제26회 JW중외학술대상
서정건 연세서내과 원장 장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