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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 깬 '아반디아·리덕틸'
[ 2010년 12월 29일 21시 54분 ]
●사실상 시장 퇴출 ‘아반디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1월 초 로시글리타존 성분의 당뇨약 아반디아 등에 대해 사용중지 조치를 취하고 이 약 외에는 다른 대안 없는 환자만 제한적으로 사용토록 결정했다. GSK의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성분명: 로지그리타존)는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당한 것이다.

지난 2001년 한국에 진출한 아반디아는 일반 신약이 아닌 ‘혁신적 신약’이라는 명칭을 받았다. 이 명칭을 받은 약들은 선진 7개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험약가를 부여하는 특혜가 주어지기 때문에 국내 당뇨병 환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었고 이 약은 곧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라섰다. 아반디아는 2007년 전세계적으로 약 23억 달러에 달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신약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승승장구 하던 아반디아가 첫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니센 박사팀은 최근 NEJM誌를 통해 “아반디아는 당뇨병의 가장 위중한 합병증인 심장질환 사망위험과 심장마비 발병 위험을 각각 64%, 43%가량 증가시킨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개최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 대부분의 자문위원들은 아반디아가 안전성에 대한 결론이 불분명한 상황으로 여전히 당뇨환자들에게 중요한 약물이라는 이유를 들어 시장 퇴출을 반대, 기사회생했다.

또한 지난 2009년 6월 미국당뇨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RECORD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아반디아를 복용한 환자와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를 복용한 환자를 비교했을 때 심혈관계 질환으로 입원 또는 사망의 전체 발생 비율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마비 위험성 논란에서 기사회생한 아반디아는 이 같은 임상결과가 발표되자 다시 승승장구하며 시장 장악력을 올려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기류도 잠시, 지난 9월 영국에서 시장 퇴출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맞았다.

EMA는 브리핑을 통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아반디아에 대해 심장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사용을 중단시키기로 했다”며 “아반디아가 앞으로 수개월 내에 시장에서 완전히 수거돼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꾸준히 아반디아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왔던 유럽의약청(EMA)이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어 미국 FDA도 아반디아 이외의 약으로는 혈당조절이 안 된다는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을 마련, 사실상 사용을 제한토록 하는 조치를 취하며 시작된 퇴출 위기는 국내에서도 미국과 같은 결정을 내리며 결국 사용이 중단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아반디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원외처방실적이 약 241억원에 달했던 대형품목으로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 132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당뇨병치료제를 대표했다.

이 같은 아반디아 시장퇴출을 바라보며 한 국내 제약업계 인사는 “끈질기게 시장 퇴출을 면해왔던 아반디아가 결국 안전성 논란에 휩쌓여 시장에서 퇴출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의약품은 생명과 연관된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결부될 경우 대마불사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시부트라민
애보트 ‘리덕틸’로 대표되는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 역시 사라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비만치료제인 시부트라민에 대해 최종 판매중지 및 자발적 회수권고 조치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판 유지를 결정했던 시부트라민을 원개발사인 미국 애보트가 지난 10월 미국 FDA의 ‘처방·사용 중지 및 자발적 회수’ 권고를 수용함에 따른 후속 조치다.

국내에 허가된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약은 애보트 '리덕틸'을 비롯해 한미약품 슬리머, 동아제약 슈랑커, 종근당 실크라민, 대웅제약 엔비유, 광동제약 시부펙스, 국제약품 말레니엘 등 총 56품목이다. 시부트라민의 시장규모는 연간 약 6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0억원 가까이가 리덕틸 매출이다.

미국 FDA는 애보트사가 제출한 SCOUT 보고서와 시부트라민(미국 제품명: 메리디아) 사용시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REMS)을 종합 검토한 결과 해당 제품을 사용함에 따른 유익성이 위험성을 앞서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보트사는 이 같은 FDA 의견을 수용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당초 SCOUT 보고서 내용 분석, 국내 부작용 발생현황, 동 제품 처방 및 사용실태를 기반으로 결정했던 7월의 시판유지 및 시판 후 관리 강화 이후 특별한 부작용 등 국내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도 “미국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작용 시스템(AERS)을 통해 자국 개발 해당제품의 유익성이 부작용 위험을 상회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를 개발사가 수용함에 따라 (식약청 역시) 추가 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청의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졌으므로 이 시점부터는 코드 목록에서 삭제된다”면서 “논란이 됐던 처방약이 빠질 때 특히 안전성에 대한 논의 결과 퇴출된 경우라면 급여 기간에 대한 유예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성에 대해 의심이 갈 경우 통상 자진 취하하거나 시장에서 재고가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6개월 간은 급여 목록에 그대로 둔다”며 “보험 청구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테디셀러 ‘글루코사민’ 엇갈린 평가 혼란
글루코사민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증상 개선효과에 대한 기능을 인정받아 2004년부터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건기식과 의약품 등을 합쳐 국내 글루코사민 제제의 시장규모는 연간 3000억원이고 전세계 시장은 약 2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기식은 수입제품을 포함해 국내에서만 약 350여 개 이상 제품이 출시됐으며 일반의약품으로는 10여 개 제품이 시판되고 있는 상태다. 오랜 기간 동안 관절염 환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글루코사민’이 끊이지 않는 효능 논란으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관절염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와 효과가 없다는 상반된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글루코사민 효능 논란을 촉발한 것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최근호에 게재된 스위스 베른대학 페터 위니 교수팀의 연구논문으로, 이는 지금까지 수행된 10건(대상자 3803명)의 연구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페터 위니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글루코사민을 섭취했을 때 임상적 관점에서 인정할 만한 효과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역시 지난 2월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임상연구 37건을 통합 분석한 결과 관절염 예방, 치료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글루코사민을 과량 또는 장기간 복용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손상돼 당뇨병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공개됐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라발대학 약학과의 프레데릭 피카르 교수는 “베타세포가 글루코사민에 과다하게 또는 장시간 노출되면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실험결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글루코사민 효능에 대한 부정적 연구결과가 확산되자 식약청은 지난 9월 내부회의를 개최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글루코사민의 기능성을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갑각류에서 얻은 성분으로 만들어지는 글루코사민은 그간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통증완화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4년 국내에서 처음 건강기능식품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스위스 베른대학이 발표한 이번 연구서는 직접 실험을 진행한 것이 아닌 기존의 관련 연구서 10편에 대해 통합분석(메타분석)한 내용”이라며 “10편의 논문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식약청의 글루코사민 효과 논란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쉽사리 믿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수년간 글루코사민을 복용해 왔다는 이옥순(52)씨는 “뭐 언론에서 효과가 있다, 없다고 떠들어대는데 이런 논란이 나온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냐”며 “효능뿐만 아니라 다른 병이 생길 수 있다는데 이를 계속 복용하기가 겁난다”고 강조했다. 차경순(61)씨 역시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소리에 수년간 복용해 왔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겠다”며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록버스터 생사 가른 안전성 논란
이러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약물도 시장에서 충분히 무너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의약품이라는 특징에서 가지는 안전성 여부. 의약품은 생명과 연관된 제품으로 특히 안전성 논란이 일 경우 이미지 하락은 물론 시장에서의 생존 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이 제약계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특히 한번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경우 매출 하락은 당연지사. 또한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나더라도 실추된 이미지에 따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안전성 논란을 극도로 경계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추가 임상을 진행하는 등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 안전성 논란만큼 회사 존립에 위협이 되는 것도 없을 것”이라며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같은 성분의 의약품이 이러한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 각국의 의약품관리기관에서 이를 주목하기 때문에 무척 껄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제약사들이 수 많은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약품은 대마불사의 법칙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승재기자 lee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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