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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의료급여관리사들, “우리는 유령이다”
[ 2010년 12월 29일 11시 00분 ]
지난 11월 복지부 앞, 의료급여관리사들의 절박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사진]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당해왔던 불안정한 고용과 차별, 업무영역의 불확실성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들에 대한 무관심은 고용불안과 업무영역의 모호함으로 이어져 국민건강증진과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사명감을 저하시키고, 업무의욕도 꺽을 정도로 심각하다.


의료급여관리사를 아시나요? 의료급여예산 낭비를 현장에서 막아내는 공공의료인

저소득층 의료급여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무려 4조원이란 돈이 투자되는 의료급여 예산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급여 예산의 계속되는 증가와 ‘의료쇼핑’으로 표현되는 예산의 낭비는 복지부의 오랜 골칫거리다.

의료급여관리사들은 이 의료급여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간호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종합병원 임상경력 2년 이상이 되어야 의료급여관리사가 될 수 있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수급자를 직접 만나는 ‘사례관리’[사진]와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행적업무’로 나뉜다.

사례관리 업무 과정에선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자가치료 교육 ▲정서 관리 ▲현장에서 의료수급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행태를 관찰 ▲이를 복지부에 보고하는 활동이 이뤄진다. 의료급여관리사의 행정 업무 과정에선 ▲의료급여 상해외인 업무 ▲의료급여일수 연장승인 등 간호사로써의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들이 법적으로 일 년에 만나야하는 수급자는 최소 140명. 때로는 병원에 동행하기도 하고, 증상을 살펴 적절한 진료과를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수급자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며, 중복 진료를 예방해 의료보험 재정낭비를 예방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급여관리사가 활동한지 얼마되지 않아 긍정적 사례들이 나타났다. 최근 양주시의 의료급여관리사가 의식을 잃은 채 오랫동안 쓰러져 있던 독거노인을 방문해 목숨을 살렸고, 2008년 강서구에선 의료비 지급비용을 9400만원이나 절감시키기도 했다.


불안정한 고용· 모호한 업무영역· 인원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간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는 매우 불안정하다. 의료급여관리사 대부분 계약직이거나 23개월만에 부당해고되는 경우도 있다. 심한 지역은 3개월 단위로 계약하기도 한다.

은평구 사회복지과 의료급여팀 최성희 의료급여사[사진]는 “의료급여관리사란 직종이 생긴게 2004년인데, 지역마다 체계가 달라서 업무파악에만 일 년이 걸립니다. 이 년쯤 지나야 ‘나는 이런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때면 계약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죠”라고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만 계약직으로 일하다보니 업무 의욕도, 새로운 서비스 방안 마련에도 자연스럽게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기 되기 쉽다.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요인은 의료급여관리사의 수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것. 전국의 의료수급자는 170만명이 넘는데 의료급여관리사는 570명에 불과하다. 연간 100명씩 1000명을 증원하라는 복지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근로자보호법이 적용된 후 그 수는 오히려 줄었다.

최성희 의료급여사는 “은평구는 의료급여관리사가 7명으로 많은편이다. 수급자 1400명당 한 명 꼴이다. 지역별로 한 명밖에 없는 곳도 많다. 옹진군은 섬이 많은데 의료급여관리사는 한 명이라 섬에서 자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한다.

현재의 비율로는 수급자 2000명을 의료급여관리사 한 명이 관리하는 꼴이다. 이는 안전문제로도 이어진다. 수급자 가정 방문 시 2인 1조로 다니기엔 인원이 부족해 성적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업무의 영역 구분이 모호하고, 업무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문제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회계업무까지 담당하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각 지역별로 의료급여관리사들의 업무영역은 평준화되어 있지 않다. 업무의 평준화가 이뤄져있지 않다보니, 개인별 업무성과 판단도 어려워 최근 복지부가 제시한 인센티브제를 적용하기도 애매모호하다.

계약상 야근수당을 받지도 못하는데 밀려있는 행정업무 때문에 휴일도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공무원들이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거나 귀찮은 일을 의료급여관리사들에게 은근슬쩍 넘기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고용상태가 불안정하니 이렇다 할 반응도 보이기 힘든 현실이다.

최성희 의료급여관리사는 “간호사 생활을 하셨던 분들이라 사명감이 강하고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죠. 그러나 캐비넷에 몇 년동안 방치되 있던 자료를 정리하거나 회계업무까지 하는 것은 누가봐도 부당하다 생각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의료급여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은 다양한 측면에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일이다. 의료수급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선 수급자들에게 적절한 의료교육이 이뤄져야하고, 왜 장기입원을 하는지 속 깊은 얘기를 듣는 과정이 정책마련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의료급여관리사가 하고 있다.

최성희 의료급여관리사는 “수급자를 직접 만나 현장의 상황을 관찰해 살아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예산 낭비를 줄이고 있는 의료급여관리사의 충원과 고용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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