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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 2010년 12월 30일 22시 00분 ]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곳으로 비춰지는 의과대학. 이보다 더욱 이질감이 느껴지는 의대 도서관이 변화하고 있다.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신작 교양서들이 서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가를 축소하고 휴게공간을 늘리는 등 시설적인 면에서 변화를 주는 곳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IT 바람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대출·열람 등 운영 시스템이 전자화된 의학도서관을 찾는 이용자가 점차 감소한데 따른 것. 의학정보의 90% 이상이 e-저널(온라인)로 옮겨가자 의학도서관의 주 이용자인 의대생과 교수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간단히 원하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상은 최근에는 아이폰, 갤럭시S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PC의 보편화로 더욱 가속화 됐다.

이후 의대 도서관은 인문교양도서 구비를 늘리고 검색실, 그룹스터디룸 등 시설적 측면에서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약 3~4년 전부터 전국의 의대 도서관 서가에 즐비하게 꽂혀 있는 수많은 의학서적들 사이로 점차 인문교양서적의 자리가 늘고 있다.

이제는 서점가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소설, 자기개발서, 재테크, 여행, 문화뿐만 아니라 수험생을 위한 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양서들을 의학도서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실제 서울의 주요 의학도서관들에 따르면 과거 교양도서는 구색을 갖추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2005년 이후 단행본 구매 기준 연 10% 이상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비의학도서의 대출도 같은 기간 높게는 2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과학적 사고에만 매달려온 한국 의학교육에 인간 이해를 비롯해 윤리, 철학, 문학 등 인문학 바람이 일기 시작한 최근의 모습과 맞물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는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하는 행사를 빈번히 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에 한국의학교육학회ㆍ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KAMC)·대한의학회 등 의학교육 리더 단체들이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의료인문학적 접근을 집중 논의하기도 했다.

의대도서관 스스로 생존 위한 방편으로 활용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학술행사에 제출된 논문이나 발표자료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전공서적 외의 전문서적들도 인터넷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제약사에서는 각 질병에 대한 연구결과를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를 모은 e-저널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강의자료를 지원하는 웹사이트도 있다.

의학정보의 90% 이상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주 고객인 의대생이나 의료기관 의료진이 더 이상 도서관을 방문,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며 먼지 쌓인 서적들과 씨름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의과대학 관계자들은 “의대 도서관의 변모 이면에는 의대의 인문소양 갖춘 의사 배출 노력과 함께 감소하고 있는 도서관 이용자를 늘리려는 대학 측의 노력이 맞물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많은 의대 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도서 전시회를 열고 교양도서가 입고되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신규 이용객 창출에 나서고 있다.

지방에 위치한 한 의과대학 도서관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의학은 물론 정치, 경제, 여행 등 주제별로 연 3~4회의 정기 도서전시회를 통해 도서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앙도서관과 연계, ‘분과 대출서비스’를 통해 일주일에 2~3번 학생들이 신청한 교양도서를 공급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서비스는 의학도서관이 가진 본질적 문제인 예산, 공간, 다양한 교양서 구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비하고 있는 인문교양서의 종류에도 점차 장벽이 사라져 만화책이 빼곡이 꽂혀 있는 곳도 있다. 일부에서는 지식서를 만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들이 있는가 하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순수 만화도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 한 대학병원 의학정보센터에는 와인을 소재로 한 ‘신의 물방울’, 다양한 먹거리를 심도 있게 다룬 ‘식객’, 클래식을 소재로 한 ‘노다메 칸타빌레’,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등 다양한 만화책이 있다. 이 중 몇몇 만화책은 의대 교수들이 손수 구입해 읽고 난 후 단순한 흥미를 넘어 지식서로서도 손색이 없어 기증한 것들이다.

교양서 비중을 높인 후 의학도서관의 적극적인 홍보로 의대 부설 의료기관 교직원들의 도서관 이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도서관의 이 같은 시도는 과거처럼 의학서적만 구비해 놓은 도서관이었다면 끌어내기 힘들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설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그룹스터디룸, 휴게실, 컴퓨터 검색실뿐만 아니라 커플좌석도 구비, 도서관을 데이트장소로 이용토록 하는 이색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본교 의학도서관은 24시간 개방에 학생자율학습실 운영, 도서관 소장자료 원문복사 서비스, 소장 단행본 대출신청서비스 등 단순한 정보제공자에서 이용자 중심의 정보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의학도서관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의과대학 측은 “의학도서관 이용을 늘리기 위해선 전문서적만 구비해서는 한계가 있었다.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지만 이와 함께 이용자도 있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책을 구비해도 이용자가 없으면 죽은 도서관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교양도서를 늘리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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