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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확증 편향과 진실게임
[ 2011년 01월 17일 21시 50분 ]
진실 공방이 벌어지려면 대립각을 이루는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밝힐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요즘 거짓말쟁이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은 속내를 내보이는 행동을 “거짓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라고 했다.
거짓말을 하는 쪽이 한 발 더 나가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진실과 거짓의 분간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면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그럴싸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진실을 주장하면 그야말로 할 말이 없어진다.
여기서 문제는 그럴싸한 증거에 있다. 믿고 싶으니까 무턱대고 믿고 맘에 들지 않으면 무턱대고 믿지 않는 게 인간의 속성인지라 믿고 싶은 증거들만 모아두면 정말 깨기 힘든 믿음이 형성되기 십상이다.
자신을 합리화 해줄 수 있는 증거들만을 따르고 맹신하는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믿을 만해서 믿은 게 아니라 믿고 싶어서 믿음이 생긴다는 이론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모은 증거들을 제시하는 양측을 보고 있자면 지켜보는 이들도 판가름이 좀처럼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준 최근의 현상이 가수 타블로 사건이다. 타블로의 스탠퍼드 출신 학력을 의심해 의혹을 제기하며 인터넷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20만명.
타블로 학력 논란 때문에 공중파 방송이 직접 나서 학력을 검증하는 방송을 내보냈고 종국에는 사법기관이 진실공방에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임의 회원들은 끝까지 학력검증 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사와 수사에 나선 사법기관까지도 믿지 못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최근 이 모임에 가입했던 일부가 근거 없이 타블로를 비방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이 중에는 40대 의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서로를 비방하며 제기된 의혹, 방송을 통한 검증 프로그램 방영, 사법기관의 개입, 인터넷 공간에서의 과열된 공방. 타블로 사건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한 심장수술법을 둘러싸고 최근 의료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타블로 논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수술법을 둘러싼 논란은 국정감사의 이슈가 되기도 했고 보건복지부장관이 나서 조속한 해결을 천명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 상태에 있으며 그 내용 자체도 학력 검증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복잡하다는 것이다.
서로 자신들이 제시한 근거가 옳고 상대방의 근거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니 일반인들 뿐 아니라 의료계 종사자들도 어떤 것이 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혹은 믿고 싶은 증거들만 수집해 자신마저 속아 넘어갈 정도로 공고한 믿음을 형성해 뒀다는 점이다.
더 분명한 것은 이번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양측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점이다. 수술의 유효성, 안전성 논란을 넘어 인격논란, 배후세력의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염려스럽다.
타블로는 학력 논란 당시 “못 믿는 게 아니라 믿기 싫어서 안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믿음과 믿지 않음의 사이에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양측 모두 그들이 제시한 근거들이 간절한 바람과 편향된 기억의 혼합물인 경솔한 신념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 돌아볼 때다.
또 어느 쪽을 지지하든 자기 스스로도 이런 확증편향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점검해 볼 시점이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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