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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복지부의 라이언 일병
[ 2011년 01월 18일 22시 10분 ]
총탄이 바로 관객의 귓가를 스치 듯 리얼한 전투신으로 전쟁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

초반 30분간 이어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현실적인 전투장면으로 손꼽히며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전쟁영화의 바이블’로 통한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 주인공 밀러 대위를 위시한 8명의 병사가 라이언 가문의 4형제 중 마지막 생존자인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하지만 ‘대작’이라는 수식의 한 켠에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수 많은 목숨이 희생된다’는 이 영화의 명제는 적잖은 논란을 야기시킨 바 있다.

치열한 전황 속에서 미국 행정부가 라이언 가문의 비극을 인지하고 특수작전을 지시한다는 상황 설정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특정 인물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감수한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주의라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2011년 1월. 이와 유사한 논쟁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해소를 자신하며 제시한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아니 ‘비난 일색’이 맞는 표현이겠다.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약제비 본인부담을 두 배로 높여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분산시킨다는 복지부 방안에 병원계, 환자, 국회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방안이 현실화 될 경우 단순 감기환자가 아닌 꼭 대형병원 의료진의 손길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의 약값 부담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부분은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실제 복지부가 이번 방안의 논거로 제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점유율은 1.9%에 불과했다. 즉 나머지 98.1%의 환자는 중증환자라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1명의 환자를 개원가로 돌리기 위해 99명의 환자들에게 약값 부담을 2배 이상 올리는 정책이 바로 이번 복지부가 자신했던 방안의 핵심이다.

보건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복지부에게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활성화’는 꼭 구해야 할 라이언 일병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수십, 수백 만명의 환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특수작전은 곤란하다. ‘의료’라는 공공재를 컨트롤 하는 복지부의 어깨는 그래서 무겁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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