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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172억 빠져 나가도 몰랐던 병원
[ 2011년 01월 31일 21시 34분 ]
곱빼기로 죄를 짓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수두룩한가보다.

172억원이 사라졌다. 서울 중구 소재 대학병원에서다. 이 엄청난 돈을 슬쩍 '털어넣은' 병원 경리과장은 지난 22일 결국 구속됐다. 사용처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다름 아닌 굿을 벌이기 위해서란다. 그 돈은 모두 천도제를 한다는 명목으로 동자보살을 사칭하던 무속인의 주머니에 몽땅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더 놀랍다. 자그마치 172억원이다. 아무리 대학병원 경리과장이라고 한다지만 엄청난 액수를 횡령했음에도 그 동안 병원에서는 감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지 3년 동안이나 벌어진 '간 큰' 범죄를 알아채지 못했다. 운영 실태가 지극히 의심스러울 뿐이다.

물론 수천억 비자금 얘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172억원쯤'은 허투루 쓰였다고 트집잡기가 민망할 수도 있다. 그 동안 쌓아온 '좋은 병원' 마일리지로 충분히 덮어줄 수 있는 가벼운 악행(惡行) 정도로 넘어가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해명하고 뒷수습하는 과정이 영 마뜩치 않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30년 이상 착실하게 근무한 사람이어서 그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착실한 사람이었던 건 알겠는데 어떤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는지 등 자세한 것은 모른단다.

명심해야 할 것은 구속된 경리과장 뿐만 아니라 충성도가 떨어지는 직원은 언제라도 이 병원을 법적, 그리고 재무적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거다. 충성도가 있는 직원이라면 사욕을 위해 거액의 병원 자금을 횡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직원은 기관 평판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직원 중 소수는 여러가지 이유로 기관의 평판에 먹칠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실수로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고의적인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병원에 '흠집'을 내는 사건은 미연에 방지될 수 있지만 일부는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태를 수수방관한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현대와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조차 조직을 떠난 직원이 전 직장의 내부 비리를 폭로해 경영진을 곤경에 처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 직원의 충성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빚어진 사건이었다.

병원 공금을 털어먹은 나쁜 사람과, 172억원대 공금을 털어먹는 직원을 30년 동안 키워온 조직. "그 직원은 착한 사람이었고 우리 병원은 좋은 병원"이라고 외치던 메아리가 웬지 귓전을 맴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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